쫓겨 와 세든 집에
나보다 몇 해 먼저 세 들어 살고 있었던가
복숭아 한 그루
슬픈 마당에 내리는 별들의 발자국같이
시린 연분홍 자국
자욱, 자욱 번지네
번지네……
번지다가 오늘밤 환 하네
내일조차 깜깜할 나도
무작정 환 해 지네
여러 해 홀로 환하였을
저것이 지는 날
비로소 열리게 될 천도(天桃)
혹은, 천도(天道)
나도 그만 여기서 져 내리고 싶네
▷▶김은령 1998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으로 ‘통조림’ ‘차경’ 있음
<해설> 연분홍으로 물들인 저 꽃이 지고나면 봉숭아가 열리겠지.
슬픈 마당이라 했으니 아마도 작가의 모습이 아닌지….
天桃 하늘나라에서 난다는 복숭아 그 꿈을 꾸는 밤 인가보다.
- 안종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