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기증 문화 개척자 하정웅 씨 “그림은 인류의 유산…공유할수록 가치 커져”
미술품 기증 문화 개척자 하정웅 씨 “그림은 인류의 유산…공유할수록 가치 커져”
  • 황인옥
  • 승인 2015.02.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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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자료 포함 1만여점 기증한 ‘통큰 컬렉터’

어려운 환경 처한 재일작가들 작품 대거 수집

전국 8개 미술관서 컬렉션… “그림으로 행복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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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콜렉터가 대구미술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장현준
“내가 기증한 그림의 아름다움을 보며 관람자들도 인생을 미학적으로 바라보며 행복을 찾고, 그림이 가지는 평화의 의미도 돌아보길 바래요. 무엇보다 메세나가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콜렉터 하정웅 선생이 대구미술관 전시 개막식에서 대구시민에게 던진 메시지다. 하정웅은 우리나라 최대 미술품 기증자이자 최근 대구미술관에 미술품 46점을 기증한 국내 미술품 기증에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 컬렉터 하정웅(76) 특선전

하정웅 특선전이 5월 1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국 시도립 미술관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하정웅의 기증 활동을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 간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해 2013년 시작되어 올해 5월까지 대구, 서울, 광주, 부산, 포항 등 전국 8개 시도립미술관에서 각각의 주제로 개최된다. 이 전시에는 하정웅 컬렉션 중 대표적인 수작 25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작가는 40여명.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작가보다 컬렉터가 더 주목받는 전시다. 전시의 중심 축이 컬렉터 하정웅 선생인 것. 전시 제목 또한 그의 이름과 철학을 녹여낸 ‘하정웅 컬렉션 특별전 :위대한 유산’전이다.

그는 이처럼 많은 그림을 기증하는 배경으로 “그림은 인류의 유산”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처음 내가 대규모로 작품을 수집할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까락질 했어요. 하지만 그림은 개인의 소장품이기보다 인류의 유산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기증을 하고 함께 공유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지요. 이것이 그림의 힘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 미술품 기증문화 개척

하정웅은 우리나라의 미술품 기증 문화를 개척하고 역사적 자료 포함, 1만 여점 기증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통큰 컬렉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지만 가난한 재일교포 집안의 장남이라는 한계로 일찍부터 생활전선으로 내몰렸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자수성가했다. 그가 잠시 접었던 미술의 길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 하지만 그는 전업 화가 대신 미술품 컬렉터로 가닥을 잡고 본격적인 작품 수집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25세 때의 일이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인생과 예술, 그리고 그 시대 기록이 담겨있어요. 이런 요소들이 그림을 응집된 미학, 아름다움의 극치로 만들지요. 우리가 그림을 감상하며 끊임없는 내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그림에 스며있는 이 아름다움 때문이겠지요.”

하정웅 컬렉션은 개인 소장가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양적,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다. 일반적인 컬렉션과 달리 개인의 미적취향이나 인맥에 의한 수집이 아닌 특정한 방향을 가지고 컬렉션 고유의 성격을 형성해 왔다. 특히 사회·정치적으로 불우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기도의 의미를 지닌 미술품들을 중심으로 수집했다.

여기에는 재일교포라는 그의 정체성이 한몫했다. 하정웅은 재일교포라는 특수한 개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같은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그는 자신을 둘러싼 시대와 세계에서 벌어진 갈등과 아픔들에 대한 인식을 작품수집의 방향성으로 정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재일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을 시작했다. 이후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된 조국의 불안한 정치상황, 광주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게까지 확대해 나갔다.

그의 컬렉션에는 부 축적보다 공(公)을 위해 사(私)를 버리는 윤리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던 것.

◇ 대구미술관 기증

하정웅은 컬렉션의 핵심은 ‘인연’이다. 작품과 작가와 교신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교감해야 하는데 그것을 그는 ‘인연’이라고 지목했다. “대구미술관은 개관한지 3년 밖에 안 된 신생미술관이라 늦었지만 인연이 시작된 건 분명하다. 앞으로 더 어떤 인연을 이어갈지 모를 일”이라며 여지를 열어둔 그는 최근 대구미술관에 46점의 판화, 회화 등의 작품을 기증했다. 그의 기증으로 더욱 의미를 더하는 이번 전시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기도의 미술’과, 시대와 인간의 삶을 기록하는 ‘역사적 증언으로서의 미술’, 사랑과 평화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는 ‘행복을 주는 미술’ 세 가지 범주로 진행되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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