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오래 밤길 밝혀주던 나의 별들이랑
강산이 바뀌어 교실에 다시 돌아온 나에게
한 시절을 활짝 열어 주던 어린 꽃들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불러 모았더니
꽃들은 별을, 별들은 꽃을 서로 부러워하네
별들이 남몰래 키워 온 제 상처의 심지에다
따뜻한 불 한 점씩 밝혀주면
꽃들은, 환한 햇살 같은 엽록소 한입 뿜어주네
오랜 낮밤의 울타리와 큰물 굽이치는 골짝
서로 다른 세상을 건너온 다 큰 아이들이
젖은 짐 내려놓고 마주 활짝 웃으며
밥 먹고 술잔 나누는 모습이 참 눈물겹네
아아, 나도 저 언덕길 다시 숨차도록 올라
상처 아린 가슴에 떨어지는 별도 받으며
비탈에 흩뿌려놓은 숯불 같은 꽃길을
찬이슬에 무릎이 다 젖도록 내려오고 싶네
▷▶ 배창환 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에 시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 ‘잠든 그대’, ‘겨울 가야산’,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외. 시선집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문학교육 관련 ‘이 좋은 시 공부’, ‘국어 시간에 시 읽기1’ 외.
<해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이쁜 이름을 가진다. 학창시절의 꽃들도 별들도 제 나름의 이름으로 다시 만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회상하면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을까. -안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