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길다 생각하면
이미 봄은 와 있었고
봄을 좀 더 붙잡고 싶을 때
여름은 기습적으로 다가왔다
언제 여름이 끝나나 할 때
가을은 높아진 하늘로 급습해 왔다
추수가 끝난 들판처럼
모든 것들 조만간 쓸쓸해지리라
겨울 삭풍의 노래를 들어야 하리라
계절의 순환보다
내 사유와 생각의 속도보다
늘 한걸음 앞서 찾아오는 당신
눈 덮힌 들판에 홀로 서 있어도
따뜻한 입김으로 눈 녹여 길을 만들어
또 다시 푸른 초원의 길을 열어주는 당신
▷▶윤일현 ‘사람의 문학’과 ‘현대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하고, 시집 ‘낙동강’을 출간하며 등단
<해설> 사계절이 있는 우리에게는 아마도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 겨울이 길다 싶으면 이미 봄은 와 있고 봄꽃을 즐기려다 싶으면 이미 여름도 옆에서 서성이고 계절이 자주 바꾸어도 늘 바뀌지 않고 옆에서 서성이는 당신이 있으니 계절만큼이나 풍성하다.
-안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