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이 땅에 온 이유는
근본을 가르치기 위함이고
사람이 머리를 내민 까닭은
업을 태우기 위함일 것이다
잡티 같은 미물일지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신이 내린 목줄이다
비워야 산다는 절망도
시간이 지나면 희망이 된다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하는 길
어느 것 하나
슬프지 않은 것도 없다
다만, 사고의 차이로 극복해 갈 뿐이다
끼가 많으면 사내복이 없고
재능이 많으면 재물복도 없다
팔자가 기구하다고
원망치 말라
가난도
부자도
신이 내린 선물이다
사람의 목숨이란
사지가 말라
떠나가는 거죽인 것을
아픈 자를 보듬고
불쌍한 자도 챙겨라
삶이란, 먼 들녘에 홀로 핀
한 떨기 외로운 꽃이다
▷▶이재한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낙동강문학 편집위원장 역임. 낙동강문학 회원, 의성문인협회 회원, 시집 ‘별빛 머무는 언덕’ ‘가난한 도시인의 자화상’
<해설> 이 한편의 시에서는 인생무상이다. 들녘에 홀로 핀 외로운 꽃이라도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어차피 인생도 처절한 몸부림이다. -안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