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산책길
다시, 산책길
  • 승인 2015.03.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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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시인

좀 쓸쓸함을 견디느라

잃어버린 가을을 찾아가는 길

늘 그 걸음으로 어제 왔던 그 비슷한 사람들이

어설픈 빈둥거림으로 오늘 또 지나간다

봄보다 화려한 가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맑은 공기만 가득하다

단풍 들은 햇살을 다 받아 마시고

울컥한 나도 푸른하늘을 마셔 취하니

온 몸으로 붉은 정령들이 몰려왔다

긴 길 홀로 걸어왔다

시간은 갑자기 흘러갔다

생은 걸핏하면 날 밀고 밀어

여기까지 몰아 붙었다

고통 속에 펄럭이게 하면서

너무 낮은 곳에 놓아두고 통과하라고

잠도 자지 못하게 했다

여뀌꽃 산국화도 부지런히 시들해지는 지금

시간이 빛이었다

속수무책으로 급하게 걸어온 길 위에 한 사람

이제야 내 허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1986년 ‘매일신문’에 수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옻골문화제 대상 수상.

<해설> 인생은 어차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 자연의 운행에도 그리고 인간의 생활에도 動과 靜, 生과 死의 순환이 있다. 살아가면서 리듬을 잘 타고 흘러야 한다.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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