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한 마디에
길이 흔들거린다
꽃잎은 절벽으로 떨어지고 잔은 차고 지고 꿀물은 달콤하지만
말초신경은 여전히 날카로워
귤을 까다 귤의 무늬를 읽다
하얀 핏줄의 근원을 생각하다보면
어머니가 태어나기 전 원시림이 떠 오른다 둥근 이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별을 세고 바람에게 제 몸 읽혔을까
검은 피가 은하계를 돌며
터트린 망울 속엔 수많은 잎맥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뿌리에서 시작된 근력은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삼투압으로 나이테가 되고
폐경에 이르러
꽃이 된다
굿바이 dady!
핏줄에서 밀려난
자기장이 빠득빠득 이를 간다(이를 테면, 낙화)
그를 거둔 중력!은
烏飛梨落
할머니도
나무에서
내려앉는
힘
▷▶정훈교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석사). 2010년 계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또 하나의 입술’(2014, 시인동네)이 있다. 예술문화협동조합 청연 상임이사, ‘젊은시인들’ 편집장이며 대구 ‘김광석 벽화거리’에 ‘시인보호구역’이란 집필실을 두고 있다.
<해설> 태어나서 죽는 과정까지 삶이라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핏줄일 것이다. 시간은 역류하지 않는다. 생명의 세포에도 역류란 없다. -안종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