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새벽 6시
뜨거운 커피 한 잔
12월과 1월에만 문을 엽니다
지난밤 눈마당에는
우리 몰래 다녀갑니다하는
질서정연한 들짐승들의 발자국
아침은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고
까페주인은
사납게 몰아치는 북풍앞에
혹시 남들에게 잘못은 없었나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자동차들도
우리는 천천히 천천히 하고 지나갑니다
작은 산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와서
목청껏 아름다운 소리를 높이고
해바라기 마른 꽃대에 살그머니
입술을 대며 애무합니다
하얀 벌판 속에
홀로 선 눈사람이면
까페 문을 노크 하십시오
▷▶허태연 2006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대구 작가회의, 산문과시학 회원, 삶과 문학 회장.
<해설> 모든 세상 삶의 신비함이 새벽에 모여 있다. 새벽을 즐기는 사람만이 그것을 안다. 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것이 도깨비이듯. 그러나 도깨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다. 겨울 카페는 그런 곳이다. -안종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