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들은 한 그릇씩의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있다.
재가 된 사람이 화장장에서 식고 있는 동안
산 사람들 몇 몇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다.
그래 목숨이 부질없어 성욕은 이처럼 왈칵 오는구나.
죽은 사람이 화장하러 평생 한 번만 드는 화장장과
산 사람이 용변 보러 매일 드나드는 이 화장실은
글자 한 자 차이밖에 없는 것처럼.
한 그릇의 재가 될 수밖에 없기에
허겁지겁 먹어치울 수밖에 없는
이 모든 한 그릇의 밥 같이 김 오르는 목숨처럼.
화장장 화장실 문을 나서자
문득 늦가을 대낮 저 하늘 너무 맑고도 넓구나.
그 하늘 아래 땅에는 상복 입은 낯선 여인네의 하얀 분내가 있고
재가 된 목숨을 한 그릇에 담아 든, 눈물범벅의 살아있는 목숨들이 있다.
▷▶황영진은 2009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대구작가’, ‘시에’, ‘내일을 여는 작가’ 등에 작품 발표. 2012년 현재 대구 와룡고 교사.
<해설> 삶과 죽음의 표현이 사뭇 남다르다. 상복 입은 여인네의 하얀 분내고 있고 한 그릇의 담아든 눈물범벅의 눈물이 있고 고스란히 생과 사의 길은 비슷하나 다른 길이다. 죽음은 좁고 협곡을 지나는 길이고 삶은 광활한 황야를 지난 길이다.
-안종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