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리 솔섬
월천리 솔섬
  • 승인 2015.03.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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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시인

낙타의 무리를 찾고 있었다

강 건너 솔섬이 보이는 월천리

지난 밤 추암 해변의 파도소리를

묵호의 곰치국과 정선막걸리를

과음하지 말아야 했었다

모래밭 둥근 발자국을 따라가다

백사장 한 켠, 저토록 낮게 핀

가을 민들레 한 송이

말갛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더운 입김 한 숨씩 밀어 올려 민들레 꽃씨로

월천리는 월천(越天)을 준비하는가

산다는 것은 때로는 지나간 낙타의 발자국을

허리 굽혀 혼자 찾아야 하는 일

오늘도 솔섬 너머 화살처럼 꽂힌 기중기들

호산항을 배경으로 노을에 지워지고

뭇별들이 뜨고 지는 궤적 따라

철새들의 잠도 깊어지겠지만

길어지는 사구의 그림자를 등에 얹고

별자리를 찾아 떠난 낙타를 기다리는 일은

눈물이 갑자기 앞을 가리는 일

마지막 쓴물 남모르게 게워내며 나는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다

▷▶경호. 경북 의성 출생,1977년 영남일보, 198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봄날’

<해설> 많은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아 온 동해바다의 솔섬. 개발의 미명아래 그 아름답고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던 풍광은 어느 듯 추억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시인은 그 선경처럼 아름답던 옛 추억을 가슴을 쓰라리며 기억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안종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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