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인 백가희, 동성로 ‘카페인’서 전시회
감성시인 백가희, 동성로 ‘카페인’서 전시회
  • 남승렬
  • 승인 2015.03.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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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 새내기 글쟁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 수준급
유명 광고 카피라이터 정철
“예쁘고 따뜻한 시” 극찬 내달 두번째 시집 발간 예정
백지희 작가가 갤러리 커피숍 카페인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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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희 작가가 갤러리 커피숍 카페인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작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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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9

정적이 흘렀다 / 눈빛이 흘렀다 / 충분했다, 우리의 대화는 / 사랑이 흘렀다

너의 눈물로 온 세상이 젖었다 / 울지마라 / 네 눈물은 내게 장마다

딱 이런 식이다. 시의 제목도 없다. ‘어린 나이에 이런 감성이?’ 그의 시를 처음 봤을 때 스친 느낌이었다.

흡사 1990~2000년대 ‘당대 최고의 감성’이란 평가를 받으며, 작품성은 굳이 차치하더라도 대중성과 흥행성 측면에선 타의추종을 불허했던 원태연의 시를 보는 듯 했다.

작가 백가희(여·22). 대구 출신으로 이제 갓 첫번째 시집을 펴낸 새내기 글쟁이지만 사실 그는 온라인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 팔로워는 1만3천여명에 육박한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은 글귀 하나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수천개의 ‘좋아요’가 클릭된다. 정식 등단하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라는 점에 비춰보면, 무시 못할 숫자다.

“대학 재수를 준비하던 중에 머리도 식힐 겸 메모지에 직접 손글씨로 짧은 글귀를 적어 촬영한 뒤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주는 거예요. 그 작은 시편이 차곡차곡 쌓였고, 지난해 8월에는 이 시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자는 출판 제의가 들어와 책을 냈었는데, 다 팔려 이제는 서점에서는 살 수가 없어요.(웃음)”

감성적인 시적 표현도 그렇거니와 백 작가 작품의 백미는 캘리그라피(손글씨)다. 그가 생각하는 감성이 그만이 가진 캘리그라피를 통해 백지에 절묘하게 표현되면서 많은 이들의 감성을 툭 하고 건드리는 것이다.

사실 백 작가의 꿈은 미대 진학이었다. 대구 상인동 출신으로 효성여고를 졸업한 뒤 미대 진학을 꿈 꿨으나 그 꿈을 잠시 접고 20살 때 영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1여년간 영국에서 미술 공부와 영어 공부를 한 뒤 귀국, 현재는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하며 새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대구 동성로의 갤러리 커피숍인 ‘카페인’(CAFE IN)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내용을 봐 주세요. 사람을 보듯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지난 6일 시작돼 오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회는 카페인 영남대점에서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작품들은 역시 그의 캘리그라피를 통해 그만의 감성이 녹아 있는 짧은 시편으로 구성됐다. 시편의 제목은 없다. 작가에게 무제(無題), 그 이유를 물었다.

“시에 제목을 붙임으로 하여금 독자 개개인의 감상과 감성을 가두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을 담았어요. 그냥 자유롭게 읽어주세요. 기억된 것은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전시회는 유명 카피라이터 정철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철은 이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대구에는 예쁘고 따뜻한 시를 쓰는 가희라는 시인이 있다”며 “따뜻한 봄날 시간 내서 한번 들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백 작가는 “카피라이터 정철 작가님은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처음 만나 제 글을 보시고 하신 첫 말씀이 ‘글을 참 잘 쓴다. 나중에 라이벌이 되자’였다. 그 말씀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것 같다”며 “나중에 꼭 정철 작가님처럼 한글자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는 4월 초 그동안의 작품을 엮어 두번째 시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시집에는 카페인에 전시 중인 작품 대부분이 실릴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 그녀는 생애 첫 언론 인터뷰라고 고백(?)했다. 고백은 수줍은 바람으로 이어졌다.

“아직은 서툰 초보 작가지만, 글을 계속 쓰고 싶어요. 글과 미술이 접목된 전시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싶습니다. 일단 대구에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기반을 다진 뒤 서울 등 다른 지역에도 진출해 나중엔 이정하와 용혜원, 원태연 같은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잠시 미뤄뒀던 미대 진학도 해야겠지요. 하하”

글·사진 =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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