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노래
갈대의 노래
  • 승인 2015.03.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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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 시인

잔물결이 쉼 없는 대화로 밀리는 호수가

부드러운 기류에 주체하지 못 한 갈대의 몸짓

휘어져 드러누워도 끊어지지 않는 아픔을

부대기고 씻기며 알몸으로 부르는 노래

내 마음의 앙금을 갈대의 노래에 실어 본다

부르고 불러도 끝나지 않는 노래

귀를 열면 마음을 빼앗기어

나를 잊어버릴 동질음의 이질 음

세상의 소리 한데 모은 갈대숲의 화음에

넋을 놓고 귀를 열어 자연과의 통화 한다

멀리서 흘러온 전설들이

호수에 자맥질 하는 한가로운 낮

떠나지 못한 철새의 버리지 못한 꿈이

호수에 맴돌고 있어 슬픈 날에도

갈대가 무심으로 부르는 노래는 끊이지 않는다

기류 먼저 쓸어졌다 일어나며 부르는 노래

찰진 목소리의 갈대숲의 화음

주체하지 못 한 내 몸의 곤함으로

내 모습도 알지 못 할 흔들림의 노래

내 모습 나도 몰라 흔들리며 웃고 또 웃어

흔들리다 말라 타버린 갈대의 노래

칼을 갈듯 절규로 외친 소프라노 외마디

앙칼진 노래가 하늘을 찔러도

끊이지 않는 갈대의 몸짓 따라 불러보는 노래

갈대의 노래를 오래도록 부르고 듣고 싶다.

▷▶경남 의령산, 현재 창원에 거주,한국시민문학협회 고문 시집 ‘외롭다 말하지 못하고’

<해설> 갈대숲에는 여러 갈래의 노래가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걷는 갈대밭엔 아름답게 속삭이는 밀어가 있고, 벗들과 어울려 걷는 갈대숲엔 바람에 스치는 아름다운 선율의 수다가 있고, 홀로 걷는 갈대의 언저리엔 갈대의 울음이 통곡으로 다가오고, 갈대의 노래에는 시인의 서정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시를 낳는 밭이다. -안종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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