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쌀조합 ‘돈 먹는 하마’ 전락
경주 쌀조합 ‘돈 먹는 하마’ 전락
  • 김종오
  • 승인 2015.03.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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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공장 수년째 적자

규모 눈덩이…작년 31억

11개 단위농협서 보전

농협 조합원들 불만 고조
지역 쌀값 안정 및 안정적인 미곡생산을 목표로 설립된 경주농협쌀조합법인(이하 쌀조합)이 운영 중인 공동도정공장이 여러 해 동안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경주·안강 등 경주지역 11개 단위농협은 지난 2010년 총 123억원의 예산을 공동출자해 경주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하고 안강농협에서 운영하던 안강읍 산대리 소재 쌀 도정공장을 인수했다.

쌀조합은 매년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미곡을 시세보다 40㎏들이 포대당 평균 1천~2천원씩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도정한 후 미드미 등 경주브랜드 상표를 붙여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쌀 소비가 줄어 쌀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쌀조합 법인이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게 되자, 지난 5년째 이 적자를 각 단위농협이 보전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쌀조합이 설립된 후 공동도정공장이 흑자를 본 경우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2010년 쌀조합 안강 미곡처리장이 처음 가동됐을 당시 벼 수매가보다 쌀값이 상승해 1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매년 적자가 이어져 지난 2013년 10억원, 지난해는 31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쌀조합 관계자는 “각 단위조합에 설치된 벼 저온저장 및 건조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도 연간 13억여원씩 예치돼야 해 적자폭이 매년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안강미곡처리장은 경영을 맡은 사장이 선임돼 있긴 하지만, 법인설립 당시 각 단위농협이 출자해 법인이 설립됐기 때문에 당연직 이사로 등재된 각 단위농협장이 실질적인 운영의 주체다.

이에 따라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경영개선에 대한 대책은 강구하지 않고 출자액 비율로 적자만 메꿔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 한 농협 조합원 김모(67)씨는 “미곡처리장으로 인한 적자가 매년 누적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해야 할 각 단위농협장들은 쌀조합 설립에 따른 조합원들의 문책성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현실을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현곡, 천북 등지의 단위농협은 벼 건조시설에 보관중인 벼가 변질돼 수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관리책임을 두고 쌀법인조합과 단위농협 간에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지금도 시끄러운 상황이다.

한 단위농협 조합원 이모(67)씨는 “쌀조합 법인에서 적자가 발생해도 농협장 개인에는 피해가 없기 때문에 적자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 각 단위 농협이 살아나려면 쌀조합에서 탈퇴하는 길만이 일선 조합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경주=김종오기자 k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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