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한 호흡이
몸을 푼다
우두커니, 섰는 당신은
길이 되고
당신이 흐른 길 위로
붉은 바다가 밀려온다
그제야 배꼽 아래 저장되었던
양수가 흘러나오고
달의 눈금을 해독할 줄 아는
당신이,
당신을 해독할 줄 아는
바람이,
몸을 푼다
오랫동안 어머니였던
붉은 바다가
점묘법으로 낡아가는,
무렵
저마다 꽁꽁 숨겨두었던 속내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정훈교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석사). 2010년 계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또 하나의 입술’(2014, 시인동네)이 있다. 예술문화협동조합 청연 상임이사, ‘젊은시인들’ 편집장이며 대구 ‘김광석 벽화거리’에 ‘시인보호구역’이란 집필실을 두고 있다. 시집:‘또 하나의 입술’(2014, 시인동네 刊)
<해설> 누구나 삶에는 수레바퀴가 다녀간 흔적처럼 회상 또는 그리움이라는 궤적이 있다. 그러한 삶의 궤적 우에 ‘8연의 작은 색점으로 낡아가는’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