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가족의 실패'...“돈만으론 저출산 해결 못한다”
<신간>'가족의 실패'...“돈만으론 저출산 해결 못한다”
  • 남승렬
  • 승인 2015.03.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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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의 가족 복원을 위한 담론
세대 관계 악화가 낳은 시대상 진단
가족의실패
이제상·송유미 공저/형설출판사/1만6천원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출신의 전직 기자와 그의 아내가 ‘가족’을 화두로 공동으로 집필한 사회과학서적이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약 14년 동안 대구경북 일간지인 영남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구에서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를 설립, 가족과 공동체 등의 복원을 위한 담론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가족의 실패’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저출산이 돈 때문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맞는 말이지만 돈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비용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저출산·고령사회를 탈피하기 위해 예산 120여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출산율 1.30% 이하의 초저출산을 벗어나지 못한 초라한 결과표를 받아야 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비용 중심의 프레임(Frame)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제도 개혁을 진행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대의 변화는 가족 중심축의 변환에서 비롯됐다고 바라본다. 가족의 중심축이 부모와 자식(父子)사이의 수직축에서 남편과 아내(夫婦)사이의 수평축으로 바뀐 것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 강화가 그 배경이다. 가족구조적 측면에서, 부자관계 즉 전통사회에서 당연시됐던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이라는 세대 관계가 약화되고, 부부관계가 강화되면서 저출산·고령화가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가족의 변화가 서구유럽의 경우 200년에 걸쳐 일어났다면, 한국의 경우 반세기 만에 ‘압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1단계와 다시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는 2단계로 전개된다고 주장한다. 1단계에서는 남녀 개인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유와 평등 이념이 사고방식으로 일반화되고, 결혼과 이혼 등에서는 남녀평등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생활에서 남편은 생계부양을 책임지고, 여성은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을 전담하는 ‘남성생계 부양자-여성 주부’ 가족 모형이 확립된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2단계인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여성들의 본격적으로 사회진출이 이뤄지면서 가족 모형이 설득력을 상실한다. 이에 따라 자녀의 양육문제를 놓고 여성들은 남성도 함께 부담하기를, 남성들은 기존의 방식으로 여성이 전담하기를 바라는 충돌양상을 빚고 있다. 저자는 이같은 구조적 양상에 다른 요인들이 합쳐져 한국형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저출산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 논의의 출발점으로 최소한의 제도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아이는 부모의 손에서 직접 자라야 하고, 아빠도 엄마와 함께 동등하게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간 기업을 포함한 모든 직장에서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강제화하고 기업도 미래세대 양성에 비용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저자는 부모의 직접적인 공동 양육과 민간 기업의 양육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제도적으로 갖춘다는 전제가 우선시된 이후 국가가 재정적으로 영유아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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