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김명순 개인전 ‘사색의 정원’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김명순 개인전 ‘사색의 정원’
  • 황인옥
  • 승인 2015.04.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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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적 감성·동화같은 작품

7~15일까지 동원화랑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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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자 순간 움찔했다. 깨끗한 바다색인 울트파 마린 블루의 청명함과 고귀하고 순수한 흰색의 조화가 빚어내는 아우라에 잠시 압도됐기 때문이다. 깊은 기도나 명상 후 눈 떴을 때의 첫 잔상인 깨끗하고 맑은 느낌 그대로였다. 흡사 팽팽한 긴장감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결정체를 보는 듯도 했다.

작가 김명순은 “생명의 순환, 진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특히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도 고유성을 잃지 않는 존재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외로움, 그리움, 사랑 등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의 말과 전시 제목 ‘사색(思索)의 정원-Fantasy’이 일맥상통했다.

전시는 딱 거기까지만이어도 충분했다. 하지만 작가는 관람객을 좀 더 다양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기를 원했다. 봄꽃들의 물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진분홍과 흰색의 어우러짐이 달달한 그림과 짙은 연두가 전하는 독특한 미감의 그림도 전시장 한켠에 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전시장은 상상의 나래로 넘실댄다. “울트라 마린 블루는 깊이감에서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나눌 수 없는 우주공간, 그리움, 평화 등의 개념들과 닮아서 처음부터 사용했어요. 분홍, 짙은 연두 등을 밤으로 끌어들인 것은 내가 색에 통제받지 않고 통제한다는 것과 같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수성아트피아와 동원화랑 공동기획으로 열리고 있는 김명순 개인전에는 ‘사색의 정원’ 시리즈 신작 등 40여점이 나왔다. 무수히 중첩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흰색의 나뭇잎들과 꽃들이 우주의 별자리와 만나고, 초승달 아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광야를 노니는 백마, 푸른 바다 위를 유유자적하는 하얀 쪽배(종이배) 등이 청명한 블루와 달달한 분홍 등의 배경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뜻은 철학적이되, 시각적인 감상은 맑고 순수할 것. 그녀가 작품 속에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세상이다. 특히 고정된 관념의 틀을 거부한다. 성인이면서도 소녀적 감성으로 철학적이면서도 동화같은 작품들을 길어올리는 그녀만의 비결은 명확했다. 작가는 ‘회화는 우리의 시선에 내적인 흔적들을 제공해 그 시각이 흔적들과 합류할 수 있도록 내적인 융단의 실제적인 상상력으로 고운 결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의 견해를 철저하게 따른다. 전시는 수성아트피아는 4일까지, 동원화랑은 7일부터 15일까지.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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