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 “세상이 우리를 몰라도 우린 세상 위해 노래한다”
대구 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 “세상이 우리를 몰라도 우린 세상 위해 노래한다”
  • 황인옥
  • 승인 2015.04.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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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동성로서 꾸준한 버스킹

전통악기·서양악기 합연 ‘눈길’

사회적 문제, 젊은 감성으로 표현
/news/photo/first/201504/img_160648_1.jpg"인디밴드보컬-엄창현/news/photo/first/201504/img_160648_1.jpg"
인디밴드 /news/photo/first/201504/img_160648_1.jpg'오늘도 무사히/news/photo/first/201504/img_160648_1.jpg' 보컬 엄태현
벚꽃이 춘심을 희롱하던 지난 3일 금요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는 도심의 봄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행렬로 넘쳐났다. 흡사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사람의 바다로 거리는 출렁였다. 그 사이를 전통악기 아쟁 연주에 실은 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의 보컬 엄태현의 목소리가 무심하면서도 애잔하게 흐르다 행렬 사이로 흩어져갔다. 마치 벚꽃의 분분한 낙화처럼...

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의 멤버인 아쟁연주자 전휘영과 보컬 엄태현은 일주일에 4일을 동성로 등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음악적 정체성을 지키며 어렵지만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엄태현은 스스로를 “운 좋은 사나이”라고 했다. 음악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음악활동과 생업을 병행해야 하는 척박한 대구의 인디 환경에서 전업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만족감을 ‘운’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현재 버스킹과 일반 공연 무대, 그리고 일주일에 4일을 카페에서 노래하며 음악과 함께 하는 전업 가수의 삶을 살고 있다. “전업 가수가 되려면 앨범을 내고 그걸 통해 수익을 내서 생활도 하고 다음 앨범도 제작하는 순환 구조가 되어야 해요. 하지만 지역에서는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죠. 저는 카페 공연이라는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어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어 운이 좋은 케이스죠.”

“무대에서 노래하고 박수갈채를 받을 때 살아 있는 것 같고 가치 있는 존재로 느껴진다”는 엄태현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은 대학 3학년 때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합창부와 중창단에서 활동한 이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경북대 역사교육학과에 진학해 음악과는 무관한 꿈을 꾸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교육 현실에 실망한 그는 결국 대학 졸업 후 전업가수를 선언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바람을 음악 속에서 구현해가고자 한 것. 엄태현이 리더이자 보컬을 맡고 있는 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는 그가 졸업한 후인 2012년 결성됐다.

인디밴드로는 특이하게도 서양악기와 전통악기로 혼합했다. 전통악기인 아쟁은 전휘영이, 서양악기인 피아노는 정유진이 연주한다. 기타는 보컬인 엄태현이 맡고 있다. 때때로 기타와 퍼커션으로 객원연주자 강소중이 가세하기도 한다. 버스킹은 전휘영과 엄태현이, 일반 공연에서는 세 멤버가 함께한다.

그들만의 또 다른 독특한 정체성은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사회의 병리현상을 젊은 감성으로 가사에 담아 잔잔하면서도 애잔한 선율로 표현하며, 지금은 낯선 단어가 된 70~80년대의 ‘민중가수’의 맥을 잇고 있다. 그들의 자작곡은 모두 엄태현의 작품들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가치지향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아군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밀양송전탑 사태, 20대 청년들의 방황, 유기견 문제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를 우리가 하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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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오늘도 무사히’ 공연모습
밴드 ‘오늘도 무사히’는 결성 2년 만에 첫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녹음 중인 앨범이 5월 말쯤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앨범 출시 후에는 보다 광폭적인 행보도 계획하고 있다. 전국 광역시를 돌며 버스킹 등의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유희열, 윤종신 등이 운영하는 자신들의 음악 색깔과 맞는 프로페셔널한 기획사에도 문을 두드려볼 참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도 여전하다. 밴드활동만으로는 불안정한 경제여건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잔잔한 그들의 음악이 거리공연인 버스킹에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있어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저희 가족은 어머니는 필리핀에서 국제요가 강사, 아버지는 민족사관학교 영어 교사로, 저는 대구에서 음악을 하며 흩어져 살고 있어요. 서로의 일을 존중하는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들이죠”라며 “성장기 내내 부모님들께서는 저의 생각을 존중해 주시는 교육환경 속에서 자랐어요. 대학 졸업 후의 인생도 전적으로 제 선택을 지지해 주셨죠. 그런 부모님들을 가진 저는 여러 모로 저는 행운아인 것이 맞지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바람 하나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 한번 뿐인 인생,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행운아로 살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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