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은 여러 사람이 화합하는데 있다
즐거움은 여러 사람이 화합하는데 있다
  • 승인 2015.09.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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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가족 모두가 오서산 자연휴양림에 모였다. 해뜨기 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가슴을 펴고 남쪽 산을 바라보니 산골짜기에서 실안개가 피어올랐다. 이제 신선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려니 생각을 하면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휘파람새를 비롯하여 이름 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몸과 마음이 상쾌하였다. ‘건네(늘) 이랬으면….’

몇 발자국도 가지 않아서 이슬에 젖은 들국화가 청초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냄새를 맡기 위하여 들국화 가까이 다가서다가 도연명의 시가 생각났다.

‘동녘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캐다가(採菊東籬下), 유연히 남녘의 산을 바라보노라.(悠然見南山)’

이 시를 읊조리면 번잡함이 없다. 바쁨이 없다. 부지런함도 필요 없다. 바람소리를 일으킬 정도로 옹이한 발걸음이 아니어도 된다. 목적지를 향한 재어짐의 걸음걸이가 아니어도 된다. 다만 여유만 느끼면 된다. 그저 주위의 산들만 바라볼 공간만 있으면 된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

어쩌면 이백의 ‘산중문답’에 나오는 ‘말없이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笑而不答心自閑),’는 구절보다도 더 푸근한 여유가 느껴졌다. 한없이 마음이 착 가라앉고 편안하였다. 무슨 근심 걱정이 어느 곳에 자리 잡을 공간이 있겠는가?

잠시 후에 아이들이 깨어나고 시끌벅적하였다. 조용하던 산골짜기의 휴양림은 유연(悠然)함에서 생기와 활발함과 발랄함으로 바뀌었다. 손자가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도토리를 줍자고 하였다. 함께 경쟁하듯 주웠다. 밤나무 아래에서 알밤도 주웠다. 대벌레의 보호색도 관찰하고, 매미의 껍질도 만져보고, 풀뿌리도 뽑아가며 “잎, 줄기, 뿌리”하고 외쳤다. 세 돌 지난 손자가 재미있어 하고 나 또한 즐거웠다.

옆방에서 여자 아이가 엄마랑 손을 잡고 도토리나무 아래로 달려 왔다.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이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웃기만 하던 어른들도 알밤을 줍고 멧비둘기의 소리를 듣고 숲속의 자연을 만끽하니 무척 즐거운가보다. 떠들썩하다. 모두가 시끌벅적하다. 사람 사는 맛이란 즐거움에 있다고 하였다.

‘낙재인화(樂在人和) 복재양인(福在養人)’이라는 말이 있다. ‘즐거움은 여러 사람이 화합하는데 있고, 복은 사람을 기르는데 있다.’는 뜻이다.

원래 ‘인화(人和)’란 인심이 화합함을 말한다. 그래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말이 ‘인화단결’이다. 공자는 소가죽으로 엮은 대나무 주역 책을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韋編三絶) 읽었다. 그리고 말하기를 주역은 만물의 이치와 인간의 운명을 다루고 있지만, 특히 가족 간의 ‘인화’를 제일로 여기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맹자도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같지 않고(天時不如地利), 땅의 이득은 사람들의 인화만 같지 못하다(地利不如人和).’고 했다.

하늘의 때(天時), 땅의 이로움(地利), 사람의 인화(人和) 세 가지 중에서 인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하늘의 때란 계절, 기상, 밤과 낮, 자연의 변화가 적절히 좋은 것을 말한다. 땅의 이로움은 지세의 평탄과 험준함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이 통일되고 조화를 이뤄 화합되는 것이 인화이다.

잠시 후 숲 속 텐트 안에서 네 살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난 임신한 엄마도 함께 어울렸다. 임신한 엄마의 평안한 얼굴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에는 슈판 피아오의 ‘너와 나’가 디아크 앞에 우뚝 전시되어 있다. 임신한 여인상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작품은 각각 다른 느낌의 감상을 하게 된다. 우선은 잉태에 대한 경외감이 든다.

작품 설명에 여성의 이미지는 사회적 인식이 바뀜에 따라 급격히 변화되었다. 가족 공동체는 이혼의 증가로 분산되었고, 독신 여성들은 진·선·미의 내적 아름다움보다 복합적 형태의 감성적 트렌드를 따르는 경향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여성의 아름다운 이미지 특히 임신한 아내의 이미지를 통해 왜곡되어가는 현상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치유의 필요성을 표현하였단다.

생명을 잉태한 여인의 아름다움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경이롭다. 그저 무한대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오서산 자연휴양림 숲 속 텐트에서 잠을 자고 나온 임신한 여인도 인화로 가족의 즐거움을 찾으리라.

즐거움은 인화에 있다는 말은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과 같다. 또한 즐거움은 여러 사람이 화합하는데 있음도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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