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정치, 배제의 정치
차별의 정치, 배제의 정치
  • 승인 2015.09.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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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 주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주 초 대구를 다녀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서문시장, 경주 월성 유적지 발굴조사 현장 등을 찾았다. 특별한 행차는 아니나 정치적 파장이 만만찮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의도적 외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날 대통령 방문 행사에 아무도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출생지이자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은 것은 지난해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 때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까지 함께 했다. 그런데 이번엔 지역 현역 의원들의 참석을 배제시킨 것이다.

누가 봐도 이례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정과제에 집중하기 위한 취지”라며 지역 의원 참석배제에 대해 확대 해석을 차단하고 나섰다. 과연 그런가. 해석과 추측은 여러 갈래이나 보리수염은 대략 두 가지로 분석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극한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유 전 대표와 대구지역 의원들에 대한 불신임을 이번 대구 방문에서 표시한 셈이다. 더불어 내년 총선과 퇴임 후까지를 대비한 ‘정치적 포석’으로 보인다.

임기 반환점을 돈 현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는 무엇일까? 원활한 국정수행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 것일 게다. 그러려면 여당인 새누리당이 계속 대통령의 치마폭 속에 있어야 한다. 행여 새누리당이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레임덕의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보리수염은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공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며 대통령의 입김을 배제하려 해도 대통령 친위 세력의 ‘낙하산 공천’을 쉽게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해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경우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과 호남지역은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 손’을 내밀기가 어렵다.

하지만 영남지역, 특히 대구지역은 박 대통령의 절대적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이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는 물론 어느 누구도 ‘역린(逆鱗)’을 건드리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측이 ‘친박 학살’을 단행하던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에도 ‘TK 대표주자’를 자처하던 강재섭 전 대표가 대구 서구 출마를 접도록 했다. 강 전 대표는 친박의 지원으로 당 대표가 되고서도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 줄을 서면서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어쨌든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좌불안석이 됐다. 대거 물갈이 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배신의 정치’에 대한 응징 차원만이 아니라 박 대통령은 퇴임 후를 대비해서라도 이른바 ‘친위대’가 필요하다. 세월호 사태 당시 ‘7시간의 증발’ 등은 퇴임 후에도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건수다. 이 때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있어야 한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선출직이 아니라 새누리당 임명직이나 마찬가지다. 19대 의원 중 많은 수가 공천 받고 고작 20여 일 선거 운동을 하고 당선된 ‘20일짜리 국회의원’들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대구에서 대통령 눈 밖에 난 국회의원들의 처지는 뻔하다.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폐품보다 못한 신세다.

어떤 이는 ‘포스트 박근혜’의 주자로 유승민 의원 대신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꼽는다. 자가발전이거나 과대망상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김 전 지사는 친박 중에 유력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파고들어 박 대통령과 친박측에 열심히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재오 의원과 더불어 친 이명박계의 대표 주자였던 점을 친박들은 잊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역맹주는커녕 자칫 눈 밖에 나면 공천조차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문제는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공천 걱정이 ‘고양이 쥐 생각하기’일 정도로 포시럽지 못한 대구시민들이다. 어차피 그들은 대구시민들과 무관하게 공천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대구시민의 삶에 관심조차 없던 ‘20일짜리 국회의원’들이니 금배지를 달든 말든 시민들과는 상관없다.

다만 걱정은 내년 총선에서도 박 대통령 측근들이 ‘묻지마 투표’로 대거 여의도에 입성할 경우 지역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임명직’ 일색이 된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서도 대구가 박 대통령의 볼모지가 된다면 대구 정치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대구 정치도 희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한다. 그것이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대구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더불어 이젠 대구를 놔줘야 한다. 또 지역 정치 엘리트들을 키워야 한다. ‘예스맨’도 필요하나 무례하고 괘씸하지만 ‘노(NO)’를 외친 유승민을 비롯한 지역 정치 엘리트들을 포용하기를 희망한다. 차별과 배제의 정치는 끝내고 평등과 통합의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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