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불교를 전해주다
기러기가 불교를 전해주다
  • 승인 2015.09.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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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난 여름 6일 일정으로 옛 중국 당(唐)나라의 서울 시안(西安)을 다녀왔습니다. 시안은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 도시로, 역대 중국 역사 중 가장 많은 황조(皇朝)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시안은 낙양을 기준으로 ‘서쪽의 수도’이기에 ‘서경(西京)’으로 표기되기도 하였고, 또 ‘오래 평안하라’라는 염원을 담아 ‘장안(長安)’으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이곳은 고대 구석기 유적은 물론 근대 유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적이 남아있습니다. 비림(碑林), 대자은사(大慈恩寺)와 대안탑(大雁塔), 천복사(薦福寺)와 소안탑(小雁塔), 종루(鐘樓)와 고루(鼓樓), 시안성벽(西安城壁), 병마용(兵馬俑), 진시황릉(秦始皇陵), 화청지(華淸池), 아방궁(阿房宮), 화산(?山) 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비림과 이 일대의 문방구 거리를 돌아보노라면 이곳에 얼마나 문명이 융성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근 진시황릉과 아방궁, 병마용을 돌아보노라면 인간의 꿈이 또한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질없는 꿈을 깨우쳐 주기라도 하는 듯 이곳의 많은 유적 가운데에 매우 의미 깊게 다가오는 유적과 기념물은 흔히들 삼장법사(三藏法師)로 불리고 있는 현장 스님에 대한 것들입니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답게 시내 가장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 높이 20여 미터나 되는 동상이 우뚝 서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 시민들의 가슴속에 법사의 구도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장법사는 거친 사막과 높은 산을 뚫고 약 1만6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걸어서 인도에까지 가서 ‘불경(佛經)’을 들여와 이곳에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운 분입니다.

이곳 대자은사(大慈恩寺) 경내에는 당시 현장법사기 인도에서 들여온 경전을 보관하기 지은 대안탑(大雁塔)이 있습니다. 높이가 7층에 64미터나 되는 큰 탑입니다. 인근 천복사(薦福寺)에는 소안탑(小雁塔)이 있으니 크고 작은 ‘안탑(雁塔)’ 즉 ‘기러기탑’이 있는 셈입니다.

이 탑은 이곳 상징물로서 관광 안내 책자 등에 맨 앞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기러기탑’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곳에 전해지고 있는 전설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현장법사가 인도로 가고 온 길은 메마른 사막과 험한 산을 넘어야 하는 그야말로 길도 없는 길이었습니다. 목이 말랐고 배도 고팠으며 잠자리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현장법사 일행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탈진하고 말았습니다. 방향도 모른 채 쓰러졌습니다. 얼마가 지나고 겨우 아슴하게 눈을 떴을 때였습니다.

그 때마침 기러기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오더니 꾸룩꾸룩하며 모래 언덕을 넘어 날아갔습니다.

‘어쩌면 저곳에 물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현장법사 일행을 겨우 기어서 모래 언덕을 넘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한 호수가 있었습니다.

일행은 그 물을 먹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기러기는 온 데 간 데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를 살리려고 날아온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일지 모르겠구나. 우리는 길이 험하여 이 모래언덕을 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무아미관세음보살.’

현장법사 일행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마침내 인도에서 경전을 들여오고 해석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전 도입이 아니라 도교와 유학 중심의 당나라 문명에 새로운 분위기의 불교문화 도입으로 문화의 대수입이었습니다.

이로써 이곳은 더욱 새로운 세상의 중심지가 되었고 현장법사는 그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현장법사를 살려준 기러기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탑을 세워 ‘기러기탑(雁塔)’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탑은 보은의 기록이며 아름다운 문화기념탑이 된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주 작은 기러기 한 마리에 의해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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