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운전자들의 ‘길잡이’…소외 이웃 보듬는 봉사의 길 ‘씽씽’
예비운전자들의 ‘길잡이’…소외 이웃 보듬는 봉사의 길 ‘씽씽’
  • 승인 2015.08.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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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면허시험부 시험관 최재환 차장
의경 복무 중 직업 경찰에 입문
2005년 APEC 정상회의 당시 러 푸틴 대통령 수행, 가장 보람
2011년 운전면허 시험관 맡아
응시생 항의·미숙한 운전 ‘고충’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 많아
보육원 퇴소 아이들 취업 알선, 노숙인 위한 무료급식 활동도
최재환도로교통공단차장
최근 대구 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재환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면허시험부 차장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김무진기자

많은 국민들이 20살이 됐을 때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다.

운전면허증 취득이다.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서는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또는 각 지역에 있는 도로교통공단 소속 운전면허시험장을 통해 학과·기능·도로주행시험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상당수 응시생들은 학원비가 들지 않는 저렴한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시험을 치른다.

운전면허시험장에 서류 접수를 하게 되면 첫 관문인 학과시험에서부터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험관’들이다. 이들은 운전면허시험장의 ‘얼굴’로 운전면허시험 관리, 운전전문학원 강사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중요한 임무 때문에 이들은 늘 운전면허 취득을 원하는 응시생들의 관심 대상이다.

시험관과의 ‘좋은 인연’을 기대하며, 단번에 합격을 꿈꾸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는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10여명의 시험관들이 ‘공정성’이라는 기본 가치 아래 응시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시험관들 가운데 20여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뒤 도로교통공단 소속 시험관으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최재환(48)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면허시험부 차장.

최 차장의 ‘제2의’ 인생 이야기와 경찰 생활, 오래 동안 펼쳐온 봉사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의경 복무, 그리고 갑작스런 부친의 사망으로 들어선 경찰의 길

경북 영주가 고향인 최재환 차장은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영주와 울산을 오가며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최씨는 충북에 있는 청주대 지역인재개발학과에 입학, 1학년을 마친 뒤 의경으로 경북 봉화경찰서에서 군 복무를 했다. 경찰과의 첫 인연이었다. 우연히 복무하게 된 의경 생활은 적성에 잘 맞았다. 또 직업 경찰관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비록 의경이었지만 경찰이 된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경찰관의 매력에 빠져 충실히 군 복무를 하던 중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채 1년이 되지 않은 의경 복무 중 아버지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것. 1남 3녀 중 둘째였던 최씨는 사실상 가장이 됐다.

최 차장은 36개월간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하지만 최씨에게는 암담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역 후 어렵게 복학했지만 당시 여동생이 같은 대학에 입학, 등록금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어머니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도 유일한 아들로서 지켜볼 수 없었다. 최 차장은 심사숙고 끝에 직업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뒤 몇 달간 공부에 매진, 순경 공채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리고 최씨는 미련 없이 학교를 자퇴한 뒤 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지난 1990년 11월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최재환 차장은 “아버님의 갑작스런 사고로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것에 대해 어머님이 많이 슬퍼하셨다”며 “솔직히 대학을 다 마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후회는 없다. 당시 선택은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과 인연을 맺게 해준 20여년의 경찰관 생활

최재환 차장은 1990년 11월 3일 경찰 공무원에 발을 들였다. 최씨의 첫 발령지는 대구 북부경찰서 칠성2가 파출소였다. 그는 2010년 말을 끝으로 경찰 옷을 벗었지만 아직까지 순경 계급장을 단 경찰 제복을 입고 첫 근무에 나섰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잔뜩 긴장한 채 첫 출근한 최씨는 파출소장을 비롯한 선배들에게 신참 전입신고를 한 뒤 곧바로 순찰 등 현장 근무에 투입됐다. 하지만 초보 경찰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이 지역은 늘 크고 작은 폭력사건 등 강력사건이 자주 발생한 곳이었다. 힘든 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최씨는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매사에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성실함은 지역 주민들이 알아줬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열심히 치안활동을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초보 경찰관 최재환에게 더울 때는 시원한 물 한잔, 추울 때는 따뜻한 믹스커피 한잔을 건네는 등 잘 대해줬다. 이 같은 인연 때문에 최씨는 당시 그곳에 살았던 일부 주민들과 현재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등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최씨는 첫 근무지 이후 주로 북부경찰서 소속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북부경찰서 형사계, 외사계, 보안과, 검단·칠곡 등 파출소 등을 거쳐 동부경찰서 소속 대구국제공항분실 등에서 근무했다. 특히 최씨가 현재의 도로교통공단과 인연이 닿은 것은 지난 1996년 북부경찰서 교통과 소속 사이카 반장을 시작으로 주로 교통경찰관으로 근무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오랜 교통경찰관 경력은 그의 경찰 인생 중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사이카 요원으로 35일간 부산으로 파견 근무를 나간 것. 최씨는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스코트 요원 임무를 맡았다. 이 기간 최씨는 잠도 제대로 못자며 하루 200㎞ 넘게 사이카를 타는 고된 훈련과 함께 긴장 속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했고,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최씨는 “APEC 정상회의 파견 근무 때 많이 힘들었지만 경찰관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된다”며 “푸틴 대통령이 무사히 김해공항을 떠나던 순간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교차한 생애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북부서 교통과 소속 순찰차 및 사이카 요원으로 활약했고, 2011년 1월 경찰청 부속기관인 면허시험관리단이 없어지고, 면허시험 업무가 도로교통공단으로 넘어가기 전 대구운전면허시험장으로 발령,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신분 전환을 통해 현재의 민간인 신분이 됐다.

최재환도로교통공단차장2
최재환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면허시험부 차장이 도로주행 시험을 치른 한 운전자에게 시험 결과와 미숙한 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시험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최재환씨는 20년 1개월 간의 경찰관 생활을 끝으로 2011년 1월부터 도로교통공단 소속 대구운전면허시험장 ‘시험관’으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현재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는 총 60여명의 인력이 각자의 맡은 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맡은 업무는 학과·기능·도로주행 등 운전면허시험을 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창기 이직 당시 경찰청 부속기관에서 공단으로 업무 이관이 원활하지 않아 한달 가량 경찰관 옷을 입고 근무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신분 전환의 낯설음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 이상 경찰이 아닌 최씨에게 시험에 떨어진 응시생들의 컴플레인은 물론 막무가내로 드러눕는 등의 행동이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특히 아들뻘 되는 수험생들이 욕을 하며 컴플레인을 걸때는 씁쓸함마저 느껴졌다.

최씨는 “시험 결과와 관련한 컴플레인은 운전면허시험장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이라며 “모든 시험관들이 공정함을 원칙으로 응시생들을 대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는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가 시행되면서 고충이 더 늘었다.

간혹 쉬운 장내 기능시험에 합격한 도로주행 시험 응시생들 중 일부 왕초보 운전자들이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불안한 운전 실력을 가진 응시생들을 만나면 늘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에 심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반면 보람도 크다. 대학생 등 응시생들이 최종 합격 후 찾아와 취득한 면허증을 보이며 “고맙다”고 인사할 때는 경찰관 시절에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행복감을 느낀다.

특히 지난해 대구운전면허시험장이 1종 대형면허 기능시험 응시생들에게 합격 및 실격, 채점 기준 등을 알려주고자 자체 제작한 동영상 촬영에 직접 모델로 나선 것이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 올라간 것도 자랑거리가 됐다.

최씨는 “경찰관 생활 때보다 심적으로 안정되고 비교적 여유가 많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어 현재의 일에 만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초보운전자들에게 올바른 운전습관과 교통안전의식을 심어주는 ‘길라잡이’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환도로교통공단차장3
최재환 차장이 대구 북구 산격동 천광보육원을 찾아 세탁용 세제 등을 기증한 뒤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최재환씨 제공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 10여년간의 봉사활동

최재환 차장은 10여년간 꾸준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열혈 봉사맨’이다. 그는 지난 1998년 북부경찰서 외사계 근무 당시 우연한 기회에 봉사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경북 안동에서 여관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나이 때문에 여관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면서 그곳에서 나온 많은 이불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던 것. 최씨는 우연히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천광보육원 연락처를 알게 됐고, 전화를 걸어 “깨끗한 이불이 많은데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보육원 측이 “이불이 꼭 필요하다”며 흔쾌히 최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승용차로 안동과 대구를 세차례나 오가는 수고 끝에 이불을 기증했다. 그의 첫 나눔 실천이자 봉사활동의 첫걸음이었다.

한번 인연을 맺은 봉사는 끈끈한 연결고리로 이어졌다. 첫 나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지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에 후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최씨는 곧장 천광보육원의 후원을 주선했다. 또 성인이 돼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아이들의 취업 알선 등 자립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소액이지만 정기적인 후원을 비롯해 일주일에 한 번씩 보육원을 찾거나 시설 입소 아이들과 등산, 캠프 등 야외활동을 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았다.

노숙인 등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활동에도 오랜 기간 참여했다. 지난 2005년 대구역 인근을 지나던 중 우연히 만난 한 지인이 “좋은 일에 동참하자”며 무작정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갔고, 최씨가 간 곳은 노숙인 등을 위한 무료급식소였다. 얼떨결에 그곳에 간 최씨는 망설임없이 북구자원봉사센터 소속 대구시민봉사단에 이름을 올린 뒤 매월 셋째주 목요일마다 대구역 무료급식소에서 설거지 봉사를 했다. 최씨는 지난해 대구역 무료급식소가 사정에 의해 급식을 중단할 때까지 9년간 이곳을 찾아 노숙인들의 따뜻한 밥 한끼를 책임지는데 힘을 보탰다.

이와 함께 최씨는 지난 2008년부터 매달 유니세프 및 제주도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에 각 3만원과 2만원씩의 정기후원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봉사단을 발족, 초대 단장을 맡아 외국인근로자들의 원동기 및 자동차 운전면허시험 무료교육 재능기부, 다문화가정 교통안전교실, 고아원 등 복지시설 방문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도 최씨는 현재까지 총 85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기록했다.

이 같은 왕성한 봉사활동에 힘입어 최씨는 2005년 ‘자랑스러운 북부 경찰 1호’, 2008년 대구시 주관 자원봉사 우수상, 2014년 대구시 자원봉사 체험수기 공모 장려상 등의 표창을 받는 등 평소 투철한 봉사정신을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최근 열린 ‘제5회 정재문사회복지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500만원을 그가 봉사와 첫 인연을 맺은 천광보육원에 기탁하는 또 한번의 나눔을 실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최재환씨는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등 ‘그냥 좋아서’였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봉사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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