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의 기다림, 12시간의 만남, 그리고 생이별
65년의 기다림, 12시간의 만남, 그리고 생이별
  • 승인 2015.10.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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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이산가족 상봉 종료
이산상봉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 행사를 마친 이순규(85) 할머니가 북측으로 돌아가는 남편 오영세(83)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하슈, 오래 사슈….”

65년만에 만난 남편과 또 한 번의 이별을 앞둔 이순규(85) 할머니가 말했다. 이 할머니는 신혼 6개월만에 헤어졌다가 주름 가득한 얼굴로 나타난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의 넥타이를 만져주며 잠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당신) 닮은 딸을 못 놓고 왔구나….” 오 할아버지는 회한을 담아 읊조렸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뱃속의 아들은 어느새 장성해 “아버지, 건강한 아들로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하고 의젓하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의 손을 잡게 밝게 웃는 아들의 모습에 오 할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님, 형님 보고 싶으시면 이거 한번 꺼내보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하는 며느리의 말에 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의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가족들은 마지막 만남인 ‘작별상봉’을 가지며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북측 최고령자인 리흥종(88) 할아버지의 동생 이흥옥(80) 할머니는 오빠의 손을 꼭 잡고 “오빠, 어떡해… 어떡해…”만 연신 되뇌었다. 전날 밤 내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딸 이정숙(68)씨는 “아빠, 내가 또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볼께요. 어떻게 우리가 상상이나 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시는지…” 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리 할아버지는 남측 가족들이 가져온 선물이 너무 많다고, 이렇게 선물을 주고도 형편이 괜찮은지 걱정했다. 손수건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던 딸은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어요.” 하고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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