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해 외출 어려운
광복군 애국지사 집 찾아
큰절 올리고 이야기 나눠
위안부 할머니도 찾아가
“저희는 사랑의 몰래 산타 대구운동본부의 ‘특별한 산타’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대부분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을 찾아 선물을 전하는데,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의미를 담아 어르신들께 좋은 얘기를 들으러 왔습니다.”
산타와 루돌프들은 권 옹과 권 옹의 부인에게 큰절을 올린 뒤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뵈니까 너무 정정하시다”며 청년들이 인사를 건네자 권 옹은 “멀쩡해 보여도 몇 년 전에 넘어져서 걷질 못한다.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삼가는 권 옹이 청년들을 만난 건 오랜만이다. 가끔 찾아오는 손주들을 보는 걸 제외하면 온종일 집에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게 일상이다.
1시간가량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손주뻘 산타와 루돌프들이 문밖을 나서자 권 옹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 듯 청년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보내면 안되는데…. 고마워요. 고마워요.” 권 옹의 부인은 맨발로 현관 밖으로 나와 청년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성탄절을 앞두고 ‘함께하는 대구청년회’와 ‘대구청년센터’가 꾸린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가 독립유공자 어르신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몰래산타 대구본부는 들을 만나 정을 나누어 온 행사다. 그동안 저소득층 자녀,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간 이들은 광복 70주년인 올해에는 더욱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역사를 되짚어보자’는 의미로 광복회 대구지부와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추천을 받아 5팀으로 나눠 위안부 피해 할머니 3명과 독립유공자 어르신 2명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올해 처음 몰래산타에 참가한 성열욱(23·경북대)씨는 “광복군은 역사책에서 존재하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뵙게 돼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몰래산타 3년차인 유병운(24·영남대)씨는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가지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몰래산타가 되고 싶다면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cafe.naver.com/santadg)에 방문하면 된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