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 들고 구호 외치면 다 불법집회?
피켓 들고 구호 외치면 다 불법집회?
  • 손선우
  • 승인 2015.12.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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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참석한 10여명에 집시법 혐의 수사 논란

경찰측 “사실상 기자회견 형식 가장한 불법 집회”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북지부 조직국장 최상훈(32)씨는 지난 1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전국 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해고’를 취업규칙에 포함시킨 경북도교육청과 취업규칙을 승인해준 대구노동청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주최는 경북학교비정규직대책위원회였다. 이날 최씨는 기자회견의 사회를 봤다. 당시 참석자 20여명은 ‘일반해고 도입 철회하라’ 등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경북교육청과 대구노동청을 비판했다.

단체는 경찰에 집회 신고를 내지 않았다. 이에 대구 수성경찰서는 최씨와 표명순(58)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미신고 불법 집회를 연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최씨는 지난 21일 조사를 받았고, 표 지부장은 오는 28일 수성서로 출석할 예정이다.

대구 경찰이 올해 들어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거나 구호를 외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잇따라 적용해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기자회견을 가장한 미신고 옥외집회로 보고 있다.

통상 기자회견은 기자들을 상대로 보도 요청을 하고 해당 단체가 알리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보도자료, 기자회견문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자리로 활용된다.

24일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활동가는 10여명이다. 경북은 학교비정규직노조 2명, 대구에서는 노조 상근자와 시민단체 활동가 등 8명 이상이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 파악한 집시법 위반 건수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활동가는 지난해 63명에서 올해 89명으로 26명 늘었다. 지난해 입건자 63명은 불구속이었으나, 올해는 89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됐다.

경찰이 문제를 삼은 기자회견은 모두 5건이다. △지난 4월 24일 대구 범어네거리 민주노총대구본부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한 4월 27일 기자회견 △29일 대구지방경찰청 앞 기자회견 △5월 12일 대구지방법원 앞 유사 내용의 기자회견 △6월 24일 대구지검 앞 4.24 총파업 관련 노조 간부 영장 청구 검찰 규탄 기자회견 △6월 25일 대구지법 앞 노조 간부 구속 법원 규탄 기자회견 등이다.

이 중 지난 4월 27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한 대구 활동가 4명은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최씨는 “같은 날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도 다른 단체가 비슷한 형식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경찰이 어떤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기자회견은 집회·시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신고가 불필요하다. 시민사회단체에 몸담은 지 5년이 넘었는데, 회견을 열어 집시법으로 수사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을 들면 ‘미신고 집회’라고 보고 있다. 집회·시위로 꼽는 이유는 통일된 구호 선창 및 제창, 앰프를 이용한 사회 진행, 민중가요 합창, 피켓팅 때문이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노동계의 기존 집회 방식과 동일해 불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 것”이라며 “그런데 기자회견 형식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구호를 외친 사실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옥외 집회를 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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