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인으로 한지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영담 스님은 맥이 끊어진 전통종이 6종을 재현해 낸 닥종이(전통한지) 장인이며, 닥종이를 미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닥종이 작가다.
흔히들 닥종이 하면 인형을 떠올리는데 그는 닥종이를 화선지 삼아 천연염료를 이용해 채색하고 변색과 탈색, 혹은 번짐과 스밈 등 다양한 물성과 시간에 따라 흐르는 변화를 형상으로 드러낸다.
작업에 쓰이는 한지는 자신이 손수 만든 것으로 그가 살고 있는 경북 청도의 감을 이용한다. 감물은 진한 갈색의 강한 착색력을 지닌 천연 염료로 녹슨 쇠를 연상시키는 듯한 발색효과가 한지와 조화를 이뤄 또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그것은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청도의 산과 물,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지면서 이루어 낸 결과다.
영담 스님은 한국문화에서의 닥종이 고유의 장인적 위상을 넘어서 작가만의 미학적 관점으로 새로운 현대적 예술형식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다양한 시도와 테크닉으로 질기고 부드럽고 은은한 종이 빛에 표현해 낸 색채와 형상은 30년 종이 인생의 예술적 성과와 깊이를 엿보게 한다.
김상철 미술평론가는 “전통과 현대라는 미묘하고 민감한 경계에서 작가는 한지를 통해 자연의 무작위와 인간의 작위에 대해 진지한 성찰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천연 닥종이와 천연 염료들에 어울어 진 `연리지’, `바이로차나’, `헝클어진 심장’ 등 15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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