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내팽개친 ‘엉터리 터널공사’
안전 내팽개친 ‘엉터리 터널공사’
  • 손선우
  • 승인 2016.0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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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볼트 빼먹고 공법 바꾸고…26억원 가로채
현장소장·감리 등 일당 15명 검거
고속도로 터널 공사에서 공법을 임의로 바꾸거나 자재를 적게 써서 공사비를 빼돌린 건설업체 간부와 이를 묵인한 감리단 관계자 등 1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사기와 횡령,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하도급업체 현장 소장 B(42)씨를 구속하고, 시공사 현장 소장 J(52)씨 등 1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불법 시공을 눈 감아준 감리단장 K(60)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2월부터 9월 말까지 터널이 있는 고속도로·철도 등 전국 64개 주요 공사 현장에서 터널분야 부패 실태를 점검한 결과, 자재 누락, 공법 조작 등의 수법으로 공사비를 과다 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울산-포항 고속도로 10공구 4개 구간 터널을 공사하면서 터널 지반에 대한 보강자재 중 하나인 ‘락볼트’를 설계 수량인 7만4천336개보다 2만541개 적은 5만3천795개(72.3%)를 시공해 12억2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11공구 터널 공사현장에서도 설계 기준인 3만3천586개보다 1만4천200개 적은 1만9천386개(57.7%)만 설치해 8억5천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락볼트는 특성상 시공 후 콘크리트를 부어 넣으면 터널 안쪽의 실제 시공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업체 현장 소장 B씨는 울산-포항 복선전철 입실터널 공사를 하면서 당초 설계도에 나온 무진동 암반 파쇄공법을 쓰지 않고 화약발파로 굴착해 5억8천여만원의 공사비를 빼돌린 혐의다. 무진동 암반 파쇄공법은 드릴로 암석을 구멍낸 뒤 유압으로 암석을 깨뜨려 부수는 특허 공법이다. 이 공법은 진동이 없어 터널 위 토양층 높이가 낮거나 암반 지지층이 약해 붕괴 위험이 높은 공사 현장에서 쓰인다. 화약 발파보다 공사비가 5배 비싸고 공사기간도 2~3배 늦어진다.

공사 현장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터널담당감리원 N(50)씨는 현장 소장 B씨에게서 불법 시공 묵인을 대가로 골프채 1세대를 받았다. 발주처의 현장 관리·점검도 소홀했다. 복선전철 3공구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주에 한 번씩 현장을 점검하도록 규정된 공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주요자재 반입 검수도 소홀했다. 현장 감독 또는 검측감리원은 락볼트 등 주요자재의 반입 수량과 합격 여부 등을 살펴보지 않고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을 확인했다.

경찰은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도로공사에 수사 결과를 통보해 정밀 안전진단 하도록 하고 부당 지급한 공사 대금 26억5천여만 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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