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국민
한 나라, 두 국민
  • 승인 2016.02.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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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 주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났다. 취임 당시 부녀 대통령에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자못 컸다.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00% 국민통합과 행복시대’를 외쳤지만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10명 중 4명의 국민들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기반이다.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는 여러 가지 자료를 내놨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화자찬(自畵自讚), 즉 낯간지러운 자료가 적잖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야당 탓’도 눈에 띈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의 성과를 정리한 정책집 ‘국민과 함께 하는 변화와 혁신, 도약의 길’은 “안보위기 극복과 개혁기반의 성장전략을 담보할 수 있는 각종 법안들이 발목 잡는 야당 때문에 여전히 통과되지 않아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대박론’이 ‘쪽박’이 될 위기에 처한 작금의 남북 위기와 관련, 청와대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에 부합한다고 애써 강조했다.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명확히 표명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공개적, 공식적으로 분명하게 표명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또 취임 3주년 앞둔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3가지 미스터리 중 하나가 창조경제라 했으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창업 혁신의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578개 창업기업을 보육하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반면 야당과 비판론자들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자찬과 달리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한국경제가 왜 이런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 못하는 것 같다”고 쓴 소리를 날렸다. 이어 “정부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당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 인식을 제대로 못하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고, 처방이 제대로 안되면 상황이 바뀔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은 또 “박근혜 정권 3년의 가장 대표적 실패는 국가 안보·외교 실패와 경제민주화 실패”라며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고, 서민의 삶은 나몰라라 하면서 재벌 편만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비판론자들도 “박근혜 정부 3년은 총체적 무능과 부실, 독선으로 점철된 3년 이었다”면서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등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과 잇단 악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반대 진영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다른 키워드는 ‘불통 대통령’, ‘무서운 대통령’, ‘호통 치는 대통령’, ‘나만 옳은 대통령, 내가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대통령’ 등이다.

박 대통령 재임 3년에 대한 중간 평가는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린다. 다양한 시각과 비판이 있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방증이다. 민주주의는 독재보다 비용과 시간이 훨씬 많이 드는 비효율적 제도다. 대신 독재가 범하기 쉬운 시행착오는 최소화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반대파와 비판 의견을 수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인상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테러방지법 국회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자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비판하며 주먹으로 책상을 여러 번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물 셋에 결혼, 2년 만에 파경, 30~35세 사이 5년간 다섯 차례 낙선, 40세까지 변변한 직업도 없이 목수, 조사원, 자유기고가, 실업자 생활 전전, 47세에 아이 셋 딸린 여성과 재혼, 올해 나이는 75세(한국 나이는 76세)’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약력이다.

‘샌더스 돌풍’이 미국 대선에서 ‘돌풍’에 그칠지 ‘태풍’이 될지 아직까지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샌더스의 일관된 정치 이력과 생애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 미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는 서로에게 소리 지르고 비웃기만 합니다. 대부분 정치인들이 그렇게 합니다.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모든 이슈에서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의견 일치가 불가능할 것 같은 곳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샌더스가 지난해 9월 14일, 버지니아 주 리버티대학교에서 행한 연설 내용 중 일부다.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정 수행에서 성공하려면 샌더스의 연설을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비협조적인 야당을 원망만 하고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공적인 국정운영은 어렵다. ‘잘 되면 내탓, 잘못되면 야당 탓’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대야 관계에서 일관되게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엔 여당도 청와대의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많은 이들이 박 대통령에게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러한 주문을 지금까지 외면했다. 남은 2년도 과거처럼 불통과 편 가르기 리더십을 지속한다면 외로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빈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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