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비와 왕오천축국전
광개토대왕비와 왕오천축국전
  • 승인 2016.02.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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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작가회의 공동의장·시
광개토대왕비는 중국 요녕성 집안에 있는 고구려 유적비이며 왕오천축국전은 중국 섬서성 돈황 막고굴에 보관되었던 혜초스님의 인도중국 여행기이다.

요행히 나는 집안에 가서 직접 눈으로 광개토대왕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돈황 막고굴에 가서도 막고굴 492개 가운데 왕오천축국전이 보관되었던 제17굴 장경동 내부에 그걸 넣어두었다는 서랍장을 눈으로 보았다.

광개토대왕비는 그래도 건재했으나 왕오천축국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말하자면 1908년에 프랑스인 펠리오가 몰래 와서 훔쳐갔던 것이다. 그것도 그냥 훔쳐만 간게 아니라 훔쳐갈 때 폼까지 잡았다고 하는데 동행한 제자에게 펼쳐 보이며 기념사진 촬영까지 했다니 더욱 실감을 더한다.

광개토대왕비는 당시 일본군 참모본부에서 파견한 첩보요원 사쿠오 중위가 1880년에 발견한 것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비석이라 훔쳐가지는 못했다. 땅속에서 1600년간 잠들었던 것을 어찌 알고 캐내어선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변조하여 비문글자를 망가뜨리기까지 우리는 왜 몰랐을까. 그 보다 훨씬 전의 우리나라에서도 광개토대왕비 기록들이 다수 등장했으나 이 비가 광개토대왕비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문이 가는 것이 있는데 왕오천축국전이나 광개토대왕비는 지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 역사의 빛나는 문화유산이 아닌가. 혜초스님이 신라의 고승으로 인도에 갔다가 중국으로 돌아왔는데 여행기를 담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왕오천축국전이며,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 건국 및 시조왕인 주몽왕의 업적과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뒤의 대외 정복사업의 구체적 사실 등의 내용을 새긴 것으로 우리 것임엔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본인 첩보요원 사쿠오가 만주땅에서 광개토대왕비를 발견해 비문 변조뿐만 아니라 탁본에 이르기까지 역사왜곡에 박차를 가했으며, 막고굴의 왕오천축국전을 프랑스인 펠리오가 자신의 것도 아닌데 왜 탐냈을까. 그리고 그들이 그런 수작을 벌였을 때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던가. 낮잠을 잤단 말인가.

그때도 지금처럼 당파를 지어 우리끼리 서로 헐뜯기만을 연속했단 말인가. 잘 되면 깎아내리고 서로 헐뜯기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세상을 관통하지 못했단 말인가. 개인 출세지향에만 눈이 어두운 나머지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려왔단 말인가.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 든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는 빛나는 명언(?)을 소유한 민족이라서 늘 그걸 실천하려 들었단 말인가. 우리선조들의 빛나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남들은 다 알고 미리 수작 걸고 있었는데도 존재하고 있었는지 조차 까막눈이 되어 있었단 말인가.

왕오천축국전이 프랑스인 펠리오가 가져갔다는 것이 그 후 전 세계가 알고 깜짝 놀란 사실이 되었으며, 중국은 일본에 의해 변조된 광개토대왕비 탁본 특별전시회까지 열어 중국의 것으로 버젓이 소개한 바 있고 보면, 소 잃은 외양간이라도 튼튼히 고치는 정신적 무장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TV 역사드라마 ‘주몽’을 통해 온국민이 시청의 매력을 느끼고 젊은 세대까지 크게 관심을 가진 바 있었는데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고유한 과거사에 대해 늘 잊지 말아야 하며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에서는 행정구역상 동북삼성이라 부르는 만주땅의 지리를 가장 쉽게 말하면, 압록강 위가 요녕성, 두만강 위가 길림성, 그 위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만주땅 최북단 흑룡강 아래가 흑룡강성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우리가 단군의 자손이니 고구려가 발해가 우리의 고대역사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으리라. 주몽이 대고구려를 건국한 곳이 요녕성 환인땅이라는 것,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한 곳이 길림성 돈화땅라는 것, 도산 안창호선생이 최초로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곳은 흑룡강성 밀산이라는 것, 안중근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했으며 일제식민지 치하 한국인 중국인 등 3천여명을 잔인하게 생체실험을 한 일본 관동군 731부대 그 현장이 그대로 남아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 곳 또한 흑룡강성 하얼빈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직도 인천국제공항에 가면 발 디딜 틈 없이 한국인들이 가방을 챙겨 해외여행을 즐겨 나가는데 만주땅으로 방향을 잡는 한국인들이 몇 되겠는가 생각하면 허망하기 그지 없다. 만주땅의 자연비경도 비경이지만, 지금은 남의 땅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나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서려있는 땅이라 가슴이 울렁해야 될 줄로 아는데 말이다. 민족의 혼과 얼을 바로 인식할 때 그 민족은 정신무장이 잘 되어있는 민족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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