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연극인의 즐거운 놀이판 “함께해요”
아마추어 연극인의 즐거운 놀이판 “함께해요”
  • 황인옥
  • 승인 2016.03.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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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연극 선보이는 고모역문화관 공연연극단 ‘고모령’

40~70대 다양한 직업·연령층

순수 아마추어 배우들로 창단

인생경험을 무대위 에피소드로

“중·노년층 접근성 높여 차별화

함께 즐기며 수명 긴 극단 만들것”

26일 첫 공연 ‘퓨전! 동물회의록’

색소폰 앙상블 연주단 축하공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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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퓨전! 동물회의록’ 연습 장면.

“생활체육, 생활음악, 생활미술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연극이라고 못할 것 없죠. 우리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여가 문화와 정신 건강을 위해 직접 배우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생활 속 연극을 추구합니다.”

고모역문화관 소속 공연예술단인 극단 ‘고모령’을 창단하고 창단 공연 ‘퓨전! 동물회의록’을 무대에 올리는 박갑용(55) 고모령 극단 대표의 각오가 남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순수 아마추어 배우들만으로 생활연극을 추구하는 극단은 대구에서도 처음이라, 그들의 역사가 생활연극의 역사가 된다는 부담감이 없잖아 있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생활연극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들이 실패하면 모처럼 불을 지핀 생활연극 또한 좌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단타로 모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일반인이 중심이 된 공연은 더러 있어왔지만, 생활인들로 구성되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극단은 없었다.

박 대표는 부담감보다는 최초가 가지는 자부심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극단 ‘고모령’이 최초로 생활연극단이 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처음인 만큼 반드시 궤도에 올려놓아 생활연극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연극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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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용 극단 ‘고모령’ 대표
◇ 생활연극 추구하는 극단 ‘고모령’ 창단

극단 ‘고모령’ 창단은 도시생활 속에서 새로운 문화 예술인을 찾고, 함께 예향을 향유하고 있는 고모역문화관 설준원 관장과 극단 고모령 박갑용 대표가 의기투합해 성사됐다. 극단 ‘고모령’은 고모역합창단, 고모령 섹소폰 앙상블 연주단, 고모령 시낭송회, 고모령 문인회 등의 공연예술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고모역문화관의 또 하나의 공연예술단이다.

극단 ‘고모령’ 창단은 원로 배우 겸 연출가인 박갑용 대표의 의지가 있어 가능했다. 박 대표는 대구최초의 극단인 ‘공간’(1970년)의 창단 멤버였고, 이후 극단 ‘원각사’와 ‘대구무대’와 극단 ‘집시’를 거친 대구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20여편의 작품을 연출하고 30여편에 배우로 활약했다. 연극 ‘여기, 한국사람 없습니까’(1986)로 제3회 대구연극제 대상을 수상하고, 연극 ‘서풍이 불어오면’(1986)으로는 제4회 전국연극제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생활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연극’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생활극단 ‘고모령’을 “누구나 함께 편안하게 무대에 오르고 즐길 수 있는 연극 놀이판”이 될 것이라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무대 위의 배우에 도전하고, 이들의 공연을 그들의 가족, 친구, 더 나아가 연극을 접해보지 못했던 일반인 관객들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야생성과 순수성이 퍼덕이는 살아있는 새로운 연극판이 될 것입니다.”

극단의 이름이 ‘고모령’이 된 배경은 고모역문화관 소속이라는 이유 외에도 좀 더 현실적인 배경도 작용했다. ‘고모역’의 지명처럼 수명이 긴 극단을 만들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도 반영된 것.

극단 ‘고모령’의 시작은 쾌청. 배우 모집 공고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 일단 배우는 20여명으로 시작한다. 구성원들의 연령 구성은 대부분 중년이 넘는다. 40대에서 70대까지 폭넓은 인생체험을 한 단원들이다. 직업은 교사, 개인택시, 부동산중개업, 식당, 회사원, 주부, 유치원 교사 등 각양각색. 호기심, 기대, 두려움은 이들이 배우 모집에 응모하면서 가졌던 공통된 감정이었지만, 망설임 대신 ‘용기’를 선택한 이들이다.

배우는 계속해서 기수별로 모집할 예정이며, 작품은 4개월 단위로 무대에 올려 질 계획이다. 문제는 운영비다. 현재는 후원과 배우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경륜만 쌓이면 정말 재미있는 극단이 될 것입니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생활연극처럼 우리 극단도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극단으로 차별화해갈 예정인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운영비 문제 등을 잘 해결해 나가야겠죠.”

박 대표는 “대구시립극단을 제외하고는 관객들이 들지 않아 연극계가 어렵다”며 “생활연극은 프로 연극의 새로운 관객 창출이라는 연극인구 저변확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사적 풍자극 ‘퓨전! 동물회의록’으로 창단 공연

극단 창단공연은 서사적인 풍자극 ‘퓨전! 동물회의록’이 낙점됐다. 공연은 26일 오후4시와 7시 두 차례 대공원역(2호선) 지하 2층에 있는 메트로 아트센터에서 열리게 된다.

풍자극 ‘퓨전! 동물회의록’은 1908년에 발표한 안국선의 신소설 ‘동물금수회의록’을 현대판 퓨전극으로 각색했다. ‘동물금수회의록’ 일제강점기 초기 시기 일본인에게 아부하는 한국인을 동물들을 통해 비판하고 풍자한 우화소설(寓話小說)이다. 인간 사회의 도덕, 효가 사라진 현대사회,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사리사욕으로 점철된 정치판 등의 사회적 병폐를 9마리의 동물을 의인화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공연은 서사극 형식의 해설극 옴니버스로 꾸며진다. 동물 복장을 한 배우가 한 명씩 등장해 하나의 시사적인 주제를 풀어간다. 아마추어 배우, 그것도 생애 첫 연기 도전에 일인 해설극에 부담을 없을까? 박 연출은 “인생이 연극이고, 생활이 연극”이라며 “배우들에게 연극을 하기보다 인생을 보여주라고 했다”며 배우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에게 자신이 평소에 사회생활의 하소연이나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편집하라고 주문했죠. 자신의 인생살이로 바꾸어서 에피소드를 추가하라고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공연예술의 맛을 마음껏 느끼게 하고 싶어요.”

설준원 고모역문화관장의 각색으로 만나는 이번 공연은 표원섭 예술감독과 홍혜인 안무, 이송희 총감독으로 만난다. 특히 고모령 색소폰 앙상블 연주단이 함께한다. 이들은 극중 라이브 연주와 공연 후 축하공연을 펼치게 된다. 053-791-8080·인터파크 1544-155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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