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명을 부정입학시킨 대학이 있다니
700여명을 부정입학시킨 대학이 있다니
  • 승인 2009.10.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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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의 서라벌대학이 3년 간 700여명의 학생을 무더기로 부정입학시킨 것이 검찰에 의해 밝혀져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눈만 뜨면 공직비리 농협비리 세무비리 등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공직사회가 부패했지만 소위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마저 부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다니 기가 막힌다.

서라벌대학이 이 같은 범법행각을 벌인 것이 신입생 감소에 따른 재정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하니 지역 사학의 현실이 얼마나 위급한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렇고 보니 정부에서 사립대를 마치 부실 중소기업 솎아내듯 정리하려고 작업 중인 것이다.

그렇잖아도 부실사립대 정비대상이 대구-경북지역에 가장 많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깨가 축 처진 상황에 서라벌대학 사건이 터지면서 대학가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비장감마저 돌고 있다.

법 규정을 따른다면 각 대학의 학생 정원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교사(校舍), 교지(校地), 교원(敎員) 및 수익용 기본재산 등에 맞춰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 그럼에도 서라벌대학은 이런 정원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동원했다.

즉 수험생이 정원 미달학과에 지원한 것처럼 입학지원서를 조작하고 나서 입학 이후 원래 지원하였던 학과로 전과시키는 방법으로 부정입학시킨 것이다. 그런 방법을 통해 성적이 뒤져 입학할 수 없었던 수험생은 원하는 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은 그 반대급부로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검찰조사결과 서라벌대학이 입학 지원자 감소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같은 재단 산하의 다른 대학에서 근무하던 J(53.구속)씨를 학장으로 영입해 정원이 초과한 학과의 지원자 가운데 불합격한 수험생을 미달학과로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결국 그 방면의 전문가를 초빙한 셈이 됐다.

이 같은 수법으로 부정입학시킨 학생은 3년에 걸쳐 무려 718명에 달해 건국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들 학생으로부터 입학금과 등록금 등으로 받아 챙긴 금액은 93억여 원이라고 하나 100억 원 정도의 돈에 학교의 명예를 더럽히고 상아탑에 분뇨를 퍼부은 꼴이 됐다. 하필이면 지역사회에 이처럼 막가는 대학이 있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구속된 J씨가 다른 지방대학에 근무할 때도 신입생 유치와 관련한 업무를 봤던 만큼 여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 관심사는 이런 대학비리가 서라벌대학뿐이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 대학 관계자가 그런 일이 관행이라고 말한 점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찰의 수사로 썩은 부분을 가차 없이 도려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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