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밤을 찍어대는 밤의 사내다
그의 자그마한 렌즈 속에는
밤이 늘 웅크리고 있다
제 모양 비틀어대는 밤의
자랑처럼 그렇게 깊어가지만
그의 가슴속은 황량하기만 하다
별들만 불을 켜는 하늘
가만히 렌즈 속으로 빨려들고
거짓말처럼 선명한 밤의 모습에
찬란한 슬픔에 젖기도 한다
밤을 찍어
그의 흉중에 어둠을 감추는
렌즈 속의 밤은 밝기만 하다
▷▶제왕국 1957년 경남 통영, 현)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자문위원 시집 ‘나의 빛깔’.
<해설> 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생각은 어둠 속에서 출발하고 인간 육신은 생각을 쫓는 나그네가 된다. 의지를 따라 가보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서 결정을 해야 하고 생각을 렌즈에서 끄집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