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씩 빚 가진 두 친구 ‘빗나간 의기투합’
1억씩 빚 가진 두 친구 ‘빗나간 의기투합’
  • 정민지
  • 승인 2016.04.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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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복면강도 변신
1억8천만원 상당 털어
2016-0418서부서수거물전체사진(1)
지난 13일 대구 서구에서 발생한 금은방 복면2인조 사건의 범인들이 검거됐다. 사진은 훔친 귀금속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A(29)씨와 B(29)씨는 친구사이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었다. 각각 스포츠토토와 자영업으로 1억씩의 빚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빚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은 대담한 범행을 계획했다. 과거 살았던 서구의 한 금은방을 털기로 한 것.

보름 정도 사전답사를 거쳐 CCTV 위치와 도주로 등을 파악했다. 인근에 공동 출입구를 잠그지 않는 빌라를 1차 도주 장소로 정했다. 디데이는 제20대 총선인 4월 13일로 정해졌다. 비가 제법 온다는 일기예보에 우산을 쓰면 자연스럽게 얼굴 등을 가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35분께 두 친구는 점찍어둔 금은방에 들어갔다. 마스크와 장갑, 모자 등 인상착의를 들키지 않게 최대한 가렸다. 들어서자마자 화장지로 금은방 내 CCTV를 가려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노리던 이들은 쓰레기봉투에 버린 옷가지 등에서 지문이 발견돼 쇠고랑을 찼다.

둘은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반항하는 업주 C(58)씨를 위협, 청테이프로 C씨의 얼굴을 가리고 진열대에 있는 귀금속을 쓸어 담았다. 목걸이, 반지 등 가리지 않고 챙긴 귀금속이 자그만치 1억 8천만원 상당이었다.

서둘러 범행 장소를 빠져나온 이들은 계획대로 모 빌라로 숨어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치고 있던 옷가지를 벗어, 30ℓ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갈아입은 후, A씨는 그대로 시내로 달아났다. B씨는 빌라 옥상에 숨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부경찰서 형사들이 일대에 쫙 깔렸다. 현장 조사와 탐문 수사 등 이날 오후 내내 난리가 났다. 7시간 정도가 지나고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B씨는 쓰레기봉투를 내다 버리기 위해 옥상에서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렸고 이후 이들은 KTX를 타고 부산으로 달아났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5일 오후 12시 20분께 A씨와 B씨가 머물던 부산 수영구의 한 모텔에 대구 서부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훔친 귀금속 일부를 전당포에 맡기고 받은 180만원을 유흥비로 쓰며 마음 놓고 있던 이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일대를 탐문하던 경찰이 의심스러운 쓰레기 봉투를 뒤져 지문 등을 채취했다. 이 경찰은 키와 체격 등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젊은 남성이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들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들이 곧바로 추적, 검거하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옷가지를 없애는 등 치밀한 계획에 놀랐다”며 “자칫 장기 수사로 빠질 사건이 신속히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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