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만 싶었다
허기진 속 쓰림을 움켜쥐고
사람 하나 감추고
살아 보고 싶었다
섬을 떠나도
섬밖에 만날 수 없는
바다에서
떠도는
섬 하나
따로 만들고
옥수수 울타리 안에
감춘 사람 꺼내 놓고
삶은 감자처럼 포실포실
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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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북 길주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문학박사). `현대문학’(1958) 추천으로 등단. 희망이 집을 비우면 절망이 찾아와 자리를 잡듯 꿈이 없는 사람의 가슴에는 무엇이 있을지는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 희망이란 눈 뜨고 있는 꿈이라지만 꿈은 삶의 이정표 같은 것은 아닐까.
오늘 우리의 생활과 삶도 꿈같은 것일까. 아니 삶이란 꿈보다 허망한 것일까. 꿈이란 물거품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라고는 하나 그런 꿈마저 지닐 수 없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시인의 `섬’은 그런 꿈속의 `사람 하나/... 감춘 사람 꺼내 놀고/ 삶은 감자처럼 포실포실’ 살고 싶다고 한다. 설명이 필요 없는 절창의 시편이다.
이일기(시인`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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