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왜 죽었는지 밝혀주세요”
“내 아이 왜 죽었는지 밝혀주세요”
  • 남승렬
  • 승인 2016.07.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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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대구 피해자들

정부 차원 진상 규명 촉구

지역서도 옥시 불매 동참키로
그날 이후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삶은 무너졌다. ‘그 때 그 제품만 쓰지 않았더라면 생떼같은 내 아이 둘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 보내지는 않았을텐데….’ 자조 섞인 한탄만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지난 2005년 임신 중에 뱃 속에서 태아를 잃었다. 장기 이상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정확한 사인은 알지도 못했다. 이듬해 다시 임신을 하고 2007년 출산을 했지만 태어난 아이는 이번에도 120여일 만에 또 세상과 이별했다. 원인도 모른 채 아이 둘을 잃은 어머니는 몇 년이 지나서야 아이들의 사인이 가습기 살균제인 것을 알게 됐다.

“보상은 나중에 해도 괜찮아요. 그보다 먼저 제대로 된 진상규명만이라도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국가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밝혀주기만을 바랍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두 아이를 잃은 대구에 사는 주부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아동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만 믿고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 사용했다 아이 둘을 가슴에 묻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서른 명이 넘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A씨 사례에서 보듯 임산부가 유산을 하거나 영유아가 숨진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피해자들은 정부 차원의 피해조사와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지역 또다른 피해자 B씨는 5일 대구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2007년 옥시 제품을 썼다가 노모를 비롯한 온 가족이 천식을 앓는 듯한 잦은 기침에 시달렸고 당시 3살이었던 아이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며 “아이의 경우 현재는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나중에라도 질병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2011년 홈플러스 PB제품을 사용했다는 C씨 역시 “기침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았는데 폐를 잘라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이 있었다. 결국 수술을 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수술 이후 조금만 빠르게 걷거나 비탈진 곳을 오를 경우 숨이 차고 기침이 나는 증상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 피해자들은 폐 질환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의 조사와 지원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폐 조직이 굳는 이른바 ‘폐 섬유화’ 유무에 따라 피해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피해 신고 접수가 들어오면 의료진과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1등급(관련성 확실), 2등급(관련성 높음), 3등급(관련성 낮음), 4등급(관련성 거의 없음)으로 나눠 피해 수사와 보상 범위를 산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폐 섬유화 증상이 있다고 판정된 1·2등급은 보상을 하지만 폐 섬유화 증상이 없는 3·4등급은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실제 3·4등급 피해자들 역시 각종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고 4등급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나온 사례가 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지난달 말 기준 대구지역 사망자는 2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진 생존환자는 104명으로 총 124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역의 경우는 13명이 숨지고 57명이 생존해 총 70명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는 잠재적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등은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자는 전체 1%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를 찾아내는 국가적 차원의 조치로 △전국 2·3차 병원 내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여부 전수조사 △전 국민 대상 역학조사 △전국 지자체 및 보건소에 신고센터 설치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대구시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키로 했다. 권영진 시장은 최근 열린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실무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대구시도 동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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