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료급식소들 겨울나기 걱정에 '한숨'
사설 무료급식소들 겨울나기 걱정에 '한숨'
  • 이지영
  • 승인 2009.10.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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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11시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인근 공터.

남루한 행색의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횟수로만 6년째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정오부터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이어 ‘사랑의 밥차’가 도착하고 ㈔시각장애인예술단에서 꼭두새벽부터 준비한 정성스런 식사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배식을 받은 이들은 ‘잘 먹겠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지만 밥차를 운영하는 최영진 단장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 2004년 무료급식을 시작하면서 6년동안 불우한 이웃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재정에 벌써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최 단장은 “밥차는 개인이나 기업 등의 후원금과 공연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줄어든 후원금 만큼 많은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운영금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노숙인과 불우노인 등 어려운 계층의 ‘따뜻한 밥줄’인 사설 무료급식 기관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불황의 여파로 운영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후원금이 급감한데다 물가마저 상승해 운영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켜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로 인해 일부 급식소들이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사설 무료급식 기관은 40여 곳. 하루 제공하는 식사량만 1만
명분이다.

후원금과 기부물품만으로 운영되는 급식소들은 상당부분을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푸드뱅크 후원물품도 줄어들었다.

대구시 푸드뱅크에 들어온 기부 물품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말까지 모두 7천143건, 12억 5천631만원어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해는 현재까지 5천432건, 7억3천725만원어치로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소했다.

푸드뱅크 관계자는 “대부분의 물품을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이 맞춤 생산을 하고 있어 기부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후원금과 기부물품이 줄어든 상황에서 재정에 한계를 느낀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을 경우 사회 취약 계층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겨울이다. 보통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부터는 급식소를 찾는 방문자가 줄어들지만 얼마 전부터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의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 하루 250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동대구역 인근 무료급식소는 최근 늘어나는 방문객에 식사량 확대를 고민하고 있으며 두류공원 무료급식소는 지난달부터 아예 100인분을 늘려 하루 600여명분의 식사를 장만하고 있다.

최영진 시각장애인예술단 단장은 “경제난으로 후원자도 감소하는 만큼 정부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면서 “또 사회 기부금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각종 기관에 충분히 배분되도록 네트워크를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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