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후보지 택한 성주…김천으로 번진 ‘사드 불똥’
제 3후보지 택한 성주…김천으로 번진 ‘사드 불똥’
  • 김정석
  • 승인 2016.08.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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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 공식 요청 배경과 파장

“성산포대는 피하자” 강한 여론 영향

“전면 철회” 주장측과 충돌 가능성

김천 뿐 아니라 원불교 성지까지 인접

기존보다 더 큰 갈등으로 비화 우려
국방부는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성주지역 내 ‘제3의 부지’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공식 요청함에 따라, 배치 지역 평가에 들어갔다.

국방부는 이날 “해당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6개의 부지 가용성 평가기준을 적용해 이른 시일 내 현재 거론되는 제3후보지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6가지 기준은 △작전 운용성 △주민·장비·비행안전 △기반시설 체계 운용 △경계보안 △공사소요 및 비용 △배치 준비기간 등이다.

국방부는 성주군과 협의해 성주지역에서 제3의 부지가 될 만한 장소들을 선정한 다음, 미국 측과 함께 사드 배치 적합성을 검증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제3의 부지’ 놓고 갈라진 성주군민

지난달 13일 국방부가 성주지역 사드 배치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성주 군민 대다수는 성주지역 내 사드 배치 반대로 일치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주 사드 배치 반대’가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군민들의 의견도 ‘성주 사드 배치 반대’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사드가 국가 안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군민들은 한반도 어딘가에는 사드가 배치돼야 한다는 생각한 반면, 한반도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확장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본 군민들은 군사적 긴장을 불러오는 사드가 한반도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보았다.

그래도 성주 사드배치 반대의견은 공통적으로 가져 성주군민들은 사드 반대 움직임을 함께 해 왔다. 하지만,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로 의견이 갈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성주 내 다른 지역을 주민들이 추천하면 이를 검토하겠다”며 성주지역 내 ‘제3의 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제3의 부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제3의 부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성산포대에 사드가 배치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확산됐다. 이와 함께 성주군내 사드배치 철회요구가 장기화 되면서 지역경제 침체가 이어진 것도 제3부지 선택을 수용한 원인이다.

◇롯데CC 유력…성산포대 배치보다는 낫다

지금까지 성산포대를 대신할 성주지역 내 ‘제3의 부지’로 거론된 곳은 초전면 롯데 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롯데CC) 부지,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 3곳이다. 성산포대 배치를 결정할 당시 한·미 양국은 국유지만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했으나 이번에는 해당 지자체에서 건의하는 사유지 등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제3의 부지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초전면 롯데CC 부지로, 골프장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96만㎡가 아닌 골프장 추가 조성을 위해 매입해 둔 82만㎡가 대상이다. 이곳은 해발 680m로 기존 사드 배치 지역이었던 성산포대(해발 383m)보다 높고, 주변에 민가가 드물어 성주군 입장에서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제3의 부지로 거론돼 왔던 염속봉산이나 까치산은 산봉우리가 뾰족해 이를 깎는 공사에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들이 지난 9∼11일 현장답사를 했다는 사실도 롯데CC가 유력한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거센 반발, 또다른 지역 갈등…김천시민 1만 명 궐기 준비

롯데CC가 성산포대를 대신할 사드 배치 지역으로 낙점될지 여부는 미지수이나, 결정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롯데CC와 인접한 김천시민들의 반발이다. 롯데CC 반경 5.5㎞ 이내에는 김천시 남면 월명·부상·송곡리와 농소면 노곡·연명·봉곡리 주민 2천100명(1천 가구)이 살고 있고 7㎞가량 떨어진 김천혁신도시에는 1만4천명(5천120가구)이 거주 중이다.

제3의 부지가 거론되면서 김천시와 김천시의회는 일찌감치 성명을 내고 제3의 부지 검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2일 김항곤 성주군수가 국방부에 제3의 부지 검토를 공식 요청하자, 김천시의회와 김천지역 사회단체들은 ‘김천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24일 오후 6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주민 1만여 명이 참석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김천시와 시의회는 22일 성명서에서 “제3 부지로 언급되는 롯데CC는 김천 인접 지역으로 사드 피해가 김천시민에게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행정절차와 시민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롯데CC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결정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강경파 성주군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김항곤 군수의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직후 사드 배치 반대 측 군민들은 조만간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찾아가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사드 반대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들은 제3 부지에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기로 한 투쟁위를 해체하는 대신 ‘촛불 시민대표’ 2명을 투쟁위에 넣어 반대 목소리를 계속 전달키로 했다. 촛불 시민대표 중 1명으로 선출된 배윤호씨는 “성주 사드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사유지인 롯데CC 매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야당이 다수인 국회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고, 롯데CC 인근에 원불교 성지가 위치해 있어 종교계 반발도 예상되는 등 각종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성주=추홍식기자 chhs@idaegu.co.kr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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