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폭염·가뭄에 녹조·적조까지…신음하는 경북
기나긴 폭염·가뭄에 녹조·적조까지…신음하는 경북
  • 김정석
  • 승인 2016.08.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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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비 예보도 없어 도내 시·군 대책마련 부심

포항·안동 등 가뭄 피해 확산

농수 뿐 아니라 식수도 부족

하천 굴착 등 지원활동 나서

수온 상승에 녹조·적조 번져

양식장 물고기 집단 폐사도

긴급예산 투입 피해방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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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뭄으로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포항시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하천 굴착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2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콩밭에서 만난 김영수(54·가명)씨는 틈만 나면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난 16일 포항지역에 80㎜ 이상의 비가 한차례 쏟아지긴 했지만, 하루 30㎜ 이상의 비다운 비가 내린 것은 지난 4월 27일 이후 넉 달 가까이 한 차례도 없었다. 이날 오전 하늘에 구름이 가득 끼더니 잠시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오후가 채 되기 전 수도꼭지를 잠근 것처럼 비가 그쳤다. 김씨는 “1994년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까지 말라버려서 소방차가 골목골목을 다니며 물을 공급해주고 다녔다. 올해도 그 꼴이 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며 “밭 작물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신라고찰 오어사 앞에 위치한 저수지 오어지도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 상태였다. 오어지의 현재 저수율은 30%대로, 평소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찼을 때와 비교해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수면이 50~200m까지 물러나 있다. 이날 오전 오어사를 찾은 대구지역 한 산악회 회원은 “저수지 수위가 심하게 낮아진 것을 보니 올 여름 전국의 가뭄이 매우 심각함을 새삼 느낀다”며 “올해는 태풍도 평소보다 적다고 하는데 가뭄이 내년까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아직까지 가뭄이 위험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가뭄이 이어질 경우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가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기권 포항시 남구청장은 “지금 당장은 농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뭄이 심한 것은 아니나, 가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천 굴착, 식수 공급 취약 지역 지원활동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염 이어 가뭄까지…애타는 농심

포항지역의 가뭄 상황은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강수량 부족 때문이다. 올해 포항시의 누적 강수량은 509㎜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7월 말부터 8월 22일까지 내린 비의 양은 20.7㎜에 불과하다.

경북 북부지역의 가뭄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안동지역의 경우 이달 강수량이 17.6㎜에 그치는 등 최근 3개월간 누적강수량이 평년의 78.1%에 불과한 369.3㎜에 머물러 콩 12㏊와 고추 10㏊, 생강 등 기타 4.5㏊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가 끊긴 곳도 속출해 안동시 녹전면 매정리 담수마을 등 간이 상수도 3곳과 개인관정 6곳이 고갈되면서, 운반급수 또는 관정을 보수해 식수를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경북도가 자체 집계한 시·군별 농작물 가뭄피해(22일 기준)는 전체 농작물 재배면적 24만2천666㏊ 중 상대적으로 피해가 심각한 면적은 360.2㏊, 피해율은 0.14%로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당분간 기상청의 비 예보가 없을 것으로 보여 피해면적은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3일 현재 경북지역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은 평균 56.1%로 나타났다. 성주의 저수율이 40.7%로 가장 낮았고 영양의 저수율이 73.1%로 가장 높았다.

◇강·바다에도…수온 올라 유해 생물 확산

유례없는 폭염에 이어 극심한 가뭄까지 덮치자, 강에는 녹조, 바다에는 적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구시민들의 취수원인 낙동강에 녹조가 확산 일로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낙동강 강정고령보 지점 남조류 수가 지난 8일 3천738cells/㎖에서 16일 7천187cells/㎖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곳에는 10일부터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효 중이다. 남조류 수가 1만cells/㎖를 두 차례 초과하면 ‘경계’ 단계를 발령한다.

낙동강 물을 사용하는 문산정수장 원수에서도 지난 16일 135cells/㎖에 이어 18일 224cells/㎖가 나왔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며 양식장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데 이어 적조까지 북상 조짐을 보여 동해안 양식어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전남 여수해역에 적조생물 출현주의보가 발령되면서 포항시는 지역 해역에도 고수온 등으로 적조생물 개체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적조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포항시는 명예 예찰선 및 어선어업자를 통해 적조 동향을 매일 파악하는 한편 황토살포기를 포항구항에 출동 대기시켜 두고 양포항을 비롯한 3곳에 황토 1만3천여t을 준비했다. 또 44개 양식어가에 액화산소 553t을 공급하는 한편 긴급 예산을 투입해 액화산소를 추가지원하고 순환펌프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뭄피해 막자”…지자체 대책마련 부심

경북지역 각 지자체는 가뭄에 따른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힘을 쏟고 있다.

포항시 북구청이 예비비 4억5천만원을 투입해 장량동 갈밭지 정비, 송라 대전리 용수개발, 청하·기계·죽장지역에 암반 관정을 개발하는 등 포항지역이 가뭄 대처에 나섰고, 경북도는 기존 운영 중인 농업재해대책상황실에 폭염 및 가뭄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그동안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해 관철됐으며, 이른 시일 내 조사기준이 마련되면 전 시·군을 대상으로 농작물 피해에 대한 정밀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23일 김장주 도 행정부지사는 폭염·가뭄 피해 우려지역인 문경시 마성면 남호리·외어리 일대 과수밭과 하천용수 개발지역에 대한 긴급 현장 점검에 나섰다. 김 부지사는 긴급점검을 마치고 “도내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강수 및 가뭄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도는 가뭄에 선제 대응을 위해 22일 긴급 농업용수개발비 20억원을 22개 시·군에 긴급 지원한 데 이어 앞으로 추가 예비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영·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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