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대상이냐 아니냐”…김영란법 모호한 규정 혼란 가중
“처벌 대상이냐 아니냐”…김영란법 모호한 규정 혼란 가중
  • 정민지
  • 승인 2016.08.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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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상의 적용범위 설명회

부정청탁, 제3자 개입 여부에

청탁 당사자 처벌 여부 갈려

둘을 어떻게 구별할지 논란

금품수수, 액수 등 요건 중요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수수

“몰랐다” 처벌 안돼 문제소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 적용을 놓고 해석이 분분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공공기관·민간기업 관계자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청탁금지법 시행과 기업의 대응과제’ 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설명회는 국민권익위원회 안채근 사무관이 강사로 나서 법령 주요내용과 이를 적용한 구체적 사례를 다뤘다.

권익위 등에 따르면 이 법은 크게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로 구분할 수 있다. 법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교육계, 언론사 등(이하 공직자 등)으로 이들이 청탁·수수의 대상이 될 때 문제가 된다. 위반행위 판단에 있어 부정청탁의 경우는 제3자 개입 여부가, 금품 수수는 개별 요건이 중요하다.

◇부정청탁, 직접 하면 법 적용 안된다?

#.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를 소유한 A씨가 모 구청에 토지형질변경 허가신청을 했다. 해당 토지가 요건을 갖추지 않아 A씨는 구청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B씨에게 직접 찾아가 허가 내 줄 것을 부탁했다. 평소 알고 지냈던 터라 B씨는 부정청탁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 경우 A씨와 B씨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청탁한 A씨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지만 B씨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공직자인 B씨가 거절·신고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했기에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위와 동일한 상황에서 A씨가 B씨를 잘 아는 또 다른 지인 C(제3자)씨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다면 판단이 달라진다.

청탁금지법 제정의 배경에는 실제 ‘제3자’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후자의 경우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A씨에게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가, C씨는 일반인이면 2천만 원, 공직자이면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직자 B씨의 제재는 앞 사례와 같다.

안채근 사무관은 “만약 직접 청탁에 제재를 가하면 전 국민이 잠재적 과태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국민의 정당한 권리주장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친분, 지위 등 제3자를 통한 청탁을 막는 것이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직접 청탁과 제3자 청탁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해당 직무 중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이다.

실제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은 “부정청탁으로 채용된 신입직원이 있다면 이후 사실이 밝혀지고 채용을 취소해야 하는지”를 물으며 “직무 중지의 개념이 애매하고 개별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금품 ‘쪼개기’ 수수는?

#. 공공기관 과장 D씨와 직원 E씨, 업무 관련 회계법인 F씨가 함께 식사를 한 후 F씨가 식사비용 60만 원을 계산했다. 이후 장소를 옮겨 술자리로 이어진 2차에서 F씨는 술값 300만 원을 지불했다. 이들은 1회 1인당 100만 원이 넘지 않았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청탁금지법 상 금품 등 수수 금지는 요건이 중요하다. 크게 △100만 원 △직무관련성 △회계연도 △인지 여부 등이다.

위 사례에 따르면 각각 1차는 1인당 20만원, 2차는 100만원의 금품 등을 받았다.

하지만 법은 횟수와 상관없이 같은 날 제공받은 금액의 총합을 사람 수로 나눠 따지게 된다. 즉, 1인당 120만원의 금품을 받은 셈으로 계산한다.

안 사무관은 “금품수수는 일명 ‘쪼개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같은 기관의 여러 사람이 한 명에게 각각 금품을 제공할 경우도 마찬가지로 합산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금품이 100만 원을 초과하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부정청탁과 달리 직접 제공한 사람도 동일한 제재를 받는다.

100만원 이하여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수수금액의 2~5배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단, 100만원 이하일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금품 수수가 허용된다.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해 금품을 받아도 안된다.

부정청탁에 비해 비교적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몇 가지 논란은 남아 있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 문제와 예외 사유 범위 등이다.

만약 공직자인 G씨의 배우자 H씨가 업무 관련자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면, 배우자는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G씨는 인지여부에 따라 제재가 달라진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몰랐거나 알고 신고한 경우는 제재를 받지 않지만, 알면서도 신고를 안했다면 2~5배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또 7가지의 예외 사유 중 공직자 등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에는 금액 기준이 없는 점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설명회 참석자 일부는 “배우자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몰랐다고 하면 무제한 수수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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