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옮겨담은 간절한 기도
화폭에 옮겨담은 간절한 기도
  • 황인옥
  • 승인 2016.11.1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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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연 ‘가을의 기도’展
15일까지 박물관이야기
화사한 색감으로 그려낸
소설 속 풍경같은 그림
‘기도’ 연작 등 20여점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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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연의 개인전이 박물관이야기에서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영문학 박사로 영남대학 인문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김자연이 작가라고 부르자 화들짝 놀랐다. 10여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여전히 작가라는 호칭은 낯간지럽다.

“10년전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어느 교수님의 방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좋아 보였어요. 단숨에 문화센터 가서 그림 배우는 과정에 등록을 했어요. 보는 것도 좋은데 직접 그리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김자연의 ‘가을의 기도’전이 복합문화공간인 박물관이야기에서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최근 새롭게 몰입하고 있는 ‘기도’ 연작 등 20여점을 걸었다.

영문학자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일까? 김자연의 가장 최근작이자 주제에 대한 집중 탐구가 본격화되는 ‘기도’ 연작은 다분히 문학적이다. 그녀의 평면에는 화사한 색감의 바탕 위에 작가 자신을 중심으로 놓고 환하게 불 밝힌 촛불들과 고양이, 부엉이 등의 동물들이 따뜻하게 관계하며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각 존재들은 마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존재를 초월한 정겨움을 주고받는다.

“그림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죠. 그날그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수필처럼 그려요. 내 나름의 환상의 세계를 화폭 속에 옮긴다고 할까요?”

그녀의 그림은 문학적이면서 초월적이기도 하다. 절대존재자와 인간과 초월자를 연결하는 화가 자신을 매개자로 상정하고, 그 속에 가족의 건강과 자녀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숭고함을 담는다.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 봤죠.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정제되지 못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이 내 앞에 있었어요. 이제는 좀 더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볼 때도 됐는데 말이죠. 그래서 지혜를 구하는 ‘기도’ 연작을 시작했고, 초월자에게 제 기도가 닿을 수 있도록 간절하게 그렸어요.”

기도 같은 그림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해피엔딩적인 결말이다. 그림과 기도의 일체화를 시도한 ‘기도’ 연작의 결말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내면의 결을 흔드는 작은 파동 하나를 느꼈다”고 했다. 내용인즉슨 분별심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지기 시작한 것.

“어느 순간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그림에 등장시키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보다 관대해지고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는 반증이었죠. 기뻤어요.”

작가라는 호칭을 여전히 낯설어하는 김자연에게 그림은 외향적인 삶을 내적으로 전환하는 매개체다. 마음 속 일렁이는 상념들을 정제하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원들을 수필을 쓰듯 담담하게 화폭에 옮긴다. 내재성을 추구하는 스타일답게 잘그리려는 욕심이나 작가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명성은 쫓지 않는다. 그녀에게 그림은 ‘숙제’라기보다 ‘자유’에 가깝다.

“욕심으로 시작한 그리기가 아니어서 제 그림에는 제약이 없어요. 미술이라는 굴레에 갇히지 않으니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은 그림을 통해 바라는 것이 하나 생겼어요. 내 그림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것이죠. 열심히 가다 보면 또 하나의 길이 열리겠죠?”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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