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결혼문화, 현대미술에 담다
우리 시대 결혼문화, 현대미술에 담다
  • 황인옥
  • 승인 2016.11.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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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배종헌 초대展
내년 2월 12일까지 대구미술관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작가의 경험적 성찰 작품화
드로잉·회화 등 30여점 전시
임산부 무료 관람 혜택
배종헌작가프로필-3
대구미술관 기획 ‘Y+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가로 초대된 배종헌의 ‘네상스(Naissance)’전이 내년 2월 12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림은 사유의 시각적 도식이다. 그림이야말로 생각의 발현, 사유의 시각적 구현이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가 배종헌은 이 점을 강조한다. 그는 진리를 찾아가는 사유의 좌표인 ‘주제’와 ‘소재’ 선택에 있어 탁월함을 보여왔다. 개인, 사회, 철학 등의 주제를 자신을 둘러싼 생활 속 이야기와 연결지으며 쉽고도 명료하게 펼쳐낸다. 특히 본능으로 치부하고 도외시하는 소재들을 시각적으로 도식화해 철학적인 담론으로 끌어올리는데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해왔다.

배종헌에게 먹고, 자고, 배설하는 등의 행위는 일상이자 본능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본능에 ‘왜’라는 의문은 배제되며, 판단으로부터도 유보된다. 비본능적인 행위라도 계속된 반복에 의해 일상이 되면 유사 본능이 있다. 이 유사 본능 역시 동일한 패턴을 지닌다. 배종헌은 ‘본능’이나, ‘유사 본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적 담론으로 끌어올린다.

최근 시작된 대구미술관 ‘네상스(Naissance)’전은 이러한 그의 단면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다.

“저는 사회와 정치, 인생과 관련한 문제들을 현학적 개념어들이나 무거운 거대 사회담론을 통해 거칠게 접근하지 않아요. 그저 제 삶에서 만나는 일상을 조율하고 관찰하며 수집하고 추출하며 그 안에서 질문과 답을 찾아가지요.”

프랑스어로 출생과 탄생을 의미하는 이번 ‘네상스’전에는 직접 체험한 결혼과 결혼 후 새롭게 형성되는 가족과 이를 둘러싼 결혼문화를 성찰하고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작가적 고백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냈다.

전시작 ‘어떤 부케’는 바늘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바늘꽂이로 만든 신부 부케를 통해 막연하게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결혼이 상처와 치유가 공존하는 생존과정의 일부임을 시각화하고, 산통을 겪는 여자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있는 작품 ‘레테의 강’은 첫아이의 출산 때의 고통을 잊고 다시 둘째를 출산하는 과정을 망각의 강과 비교하고 있다.

또 글자를 겹쳐서 엉켜보이게 한 드로잉 작품 ‘길이 없는 지도’에서는 이론과는 다른 실제인 육아를 ‘내가 새롭게 맞이해야 하는 세계’임을 인정하고, 작품 ‘어느 인디고 베이비’에서는 예쁘고 논리적인 장난감 대신 콩나물이나 컵, 등 놀이에 적절치 못한 온갖 것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놀이행위를 관찰하고 있다.

‘나’로부터 시작해 ‘사회’로 확장해가는 배종헌의 주제의식의 탁월성은 역설에 있다. 배종헌은 주제 속에 장점과 단점을 공존시킨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동시에 불행을 줄 수 있고, 나를 안정시키는 것들이 나를 불안정하게도 할 수 있다는 역설이 그것이다. 그에게 한 사람의 행복과 발전은 다른 사람의 고난과 억압을 대가로 실현되는 것으로, 이러한 시각은 사회적 대립과 모순으로 확장된다.

“가정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크고 작은 갈등이 내재해 있죠. 특히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는 개인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고, 누가 더 많이 희생해야하는가에 대한 판단과 결정에 권력의 문제도 개입되죠. 소우주인 가정은 대우주인 사회의 축소판이에요.”

일상에서 주제의식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의외로 소통력은 강렬할 수 있다. 일상이 가지는 말랑말랑함이 오히려 높은 이해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배종헌이 일상에 시선을 두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특히 소우주인 개인과 개별 가족의 일상을 대우주로 연결하며 소통력을 높인다. 여기에 배종헌 특유의 정서인 서정성을 가미해 소통력은 배가된다.

40대의 대구경북 지역 작가 발굴을 위해 대구미술관이 기획한 ‘Y+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가로 초대된 배종헌은 이번 전시에서 영유아 양육문화의 이면을 바라보는 드로잉,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30여점을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아티스트 토크’는 12월 3일 오후 3시에. 신분증 또는 산모수첩을 지참한 임산부는 본인에 한해 무료관람. 053-790-30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배종헌은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금호미술관을 시작으로 아르코미술관 등의 초대전과 청계천 프로젝트, 부산 국제비엔날레,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등의 기획전에 참여하고 에르메스미술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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