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과 차별적 접촉이론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과 차별적 접촉이론
  • 승인 2016.12.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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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사람들이 탈법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무엇이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최근 국정농단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최순실은 검찰 소환 당시 기자들에게는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해 놓고선 정작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내가 뭘 잘못 했느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최순실로 하여금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게 했을까?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또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무감각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 이론이 있다. 접촉차이이론이다. 사람들은 일탈유형과의 접촉을 통하여 일탈자로 되어 간다는 미국의 범죄학자 에드윈 H. 서덜랜드의 범죄학 이론으로, 왜 특정한 사람이 일탈적 행위유형을 학습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범죄는 일반적인 행위와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서 배우게 되고, 학습은 주로 친밀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 이 이론의 중심 내용이다.

그러므로 이 이론은 ‘차별적 교제’에 범죄의 원인을 둔다.

즉, 범죄행위의 사회화는 비범죄행위의 사회화와 비교하여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회화’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개인이 범죄행위로 사회화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① 범죄행위는 학습되는 것이다. ② 범죄행위의 학습은 사람들간의 의사소통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③ 범죄행위의 학습은 주로 친밀한 집단 속에서 잘 일어난다. ④ 범죄행위가 학습될 때, 그 학습내용에는 범죄행위의 기술뿐 아니라 동기, 충동, 합리화 방법, 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⑤ 범죄동기나 충동은 현행 법률을 긍정적으로 정의하느냐, 아니면 부정적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학습된다. 즉 어떤 사람은 법률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으로 정의하는 사람들 속에 있을 수 있으며, 반면 다른 사람은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의하는 사람들 속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⑥ 법 위반에 대해 비우호적인 인식보다 우호적인 인식이 앞서도록 학습된 사람은 비행으로 나아간다. ⑦ 차별적 교제는 만남의 빈도·기간·선호·강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⑧ 범죄적 또는 비범죄적 유형과 접촉하면서 범죄행위를 학습하는 과정은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행위의 학습과정에서 작용하는 기제들과 동일하다. ⑨ 범죄행위는 일반적인 욕구나 가치에 의해 일어나지만, 그러한 욕구와 가치가 범죄행위의 본질적 성격을 특징짓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비범죄적 행위도 그와 동일한 욕구 및 가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비행하위문화이론도 최순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Albert Cohen이 1955년 처음 언급한 이론이다. 이론의 주된 논점은 하류계층 청소년들의 비행행위는 중산층의 규범과 가치에 대한 반항이라는 것이다.

즉 하류계층의 청소년들에게는 정당한 방법으로 성공할 수 없도록 사회적 조건이 제한돼 있는데, 그들에게는 항상 중산층의 측량 잣대가 강조돼 ‘지위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로 인해 그들은 폭력적 집단에 가입하거나 불법적 행위에 가담하게 된다고 본다.

최순실 개인적 삶은 아웃사이더다. 개인적 욕망은 컸지만, 이를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취할만한 역량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최순실 삶의 환경은 불법과 부조리에 익숙했다. 아버지 최태민이 그랬고, 그녀가 지켜본 대한민국 권력자의 삶도 그러했다.

그렇다보니 준법의식에 대한 의식도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별 죄의식 없이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나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최순실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각종 범죄행위에 대해 사회가 엄격하지 못하면 범죄행위가 별 죄의식없이 사회에 만연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 너그러운 사회가 범죄없는 사회를 만드는 길인 것이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을 갖춘 사회가 준법사회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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