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내부로부터 경영개선이 필요한 이유
<대구논단>내부로부터 경영개선이 필요한 이유
  • 승인 2009.11.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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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 (한국철도공사 다지형침목 팀장)

19세기 초 영국에서 처음 철도가 등장한 이후, 18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철도회사가 부흥하고 또 쇠퇴를 거듭했다.

옛 소련 해체로 동서냉전이 종식되며 국가가 철도를 경영할 정치·군사적 명분이 약해지자 유럽연합은 철도경영에 있어 유리한 환경을 십분 활용해 철도 인프라(철도시설: 하)와 수송(운영: 상)을 분리하는 상하분할 방식을 가맹국에 제안하게 된다.

이 제안은 당초 독일 국철을 포함해 많은 철도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결국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 조부와 아버지가 철도인이었던 당시 미테랑 대통령의 후원을 받은 프랑스 국철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가의 압력으로 채산성 없는 노선에 고속철도 건설이 계속됐다.

하지만 프랑스 국철의 영화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불과 3년 후, 미테랑 대통령의 후임인 시라크 대통령이 거액의 적자를 내고 있는 프랑스 국철의 개혁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1995년 당시 프랑스 국철의 적자는 전년도에 비해 두 배였고, 누적적자는 원화로 30조 원을 넘어서는 등 경영은 파탄지경이었다.

한편, 미국의 철도는 2차 대전까지만 해도 100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육상수송기관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다 1950년대 항공기와 자동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하며 순식간에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혹자는 철도경영이 악화된 원인을 자동차와 항공기의 발달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필자는 100%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와 항공기가 더욱 발달한 오늘날 미국의 화물철도 회사들은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미국의 철도는 오랜 역사 속에서 조직 내에 철저한 계급사회가 생겨나 관료화돼 있었고, 경영은 무책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심지어, 완전한 디젤화가 끝난 80년까지도 화물열차에 서부개척시대와 같은 화부(탄에 불을 지피는 종업원), 제동수(브레이크 조작원) 등 10여명의 직원이 승무하고 있었다.

1981년 이후, 미국의 철도회사들은 대합병과 업무개혁에 나서고, 대출력 기관차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1만 톤이 넘는 중량의 열차라도 승무원 2명으로 운행이 가능해진 반면, 화물수송의 생산성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처럼 세계 철도선진국들이 몰락한 이유를 보면 그 원인의 대부분은 철도내부에 있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철도업무의 대부분은 매일 똑같은 업무의 반복이다. 특정지역이나 어떤 국가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철도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고객을 빼앗기는 일 없이 매년 비슷한 경영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일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한정된 파이의 분배가 내부의 중요한 안건으로 되어간다. 이른 바 조직의 관료화인 것이다. 그리고 완만하지만 매년 확실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관료화한 조직이 마침내 철도를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철도회사의 직원과 경영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은, 바로 철도는 본질적으로 내부조직이 관료화하려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이 순조로울수록 관료화의 위험성은 커진다.

결국, 철도회사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외부가 아닌 조직 내부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조직이 관료화하려는 것에 대해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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