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비주얼·액션 “좋아요”…철학적 질문은 “글쎄요”
화려한 비주얼·액션 “좋아요”…철학적 질문은 “글쎄요”
  • 대구신문
  • 승인 2017.03.3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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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나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정체성 찾으려 싸움 뛰어든 주인공

특수효과 돋보이나 ‘인간-컴퓨터 결합’ 등 미래사회 표현 미흡

존재에 관한 근원적 질문·원작의 심오한 세계관 ‘어디로 갔나’
공각기동대
메이저(스칼렛 요한슨)가 ‘한나 로보틱스’를 파괴하려는 정체불명의 테러집단 진압 작전에 투입되기 전 영화 속 배경을 바라보고 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는 비디오대여점과 만화방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 쯤 갔을 법한 그곳. 우리는 그곳에서 만화 속 주인공이 됐고, 비디오를 빌려보며 영화배우를 꿈꿨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인터넷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발달됨에 따라 더이상 비디오를 빌려볼 수 없게 됐다. 만화방은 간혹 보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떠난 지 오래됐다. 아버지 손 잡고 따라갔던 그곳엔 우리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곱개 구슬을 모아 소원을 비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꿈 ‘드래곤볼’과 만화책이지만 참된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슬램덩크’, 연재된지 10여 년이나 흘렀지만 아직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원피스’까지. 일본에서 연재돼 국내로 상륙한 세 작품은 물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다양한 만화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림으로 소화해낼 수 없는 원작의 면들을 영상으로 옮겨내면서 단숨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실제 최근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이 영화로 재탄생되면서 많은 영화인들이 옛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개봉전부터 팬들사이에서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고 있다. 이미 수많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원작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풀어냈는지, 거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잘 그려냈는지 평이 엇갈리고 있는 것. 만화-애니메이션-영화로 이어지면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두 편이 지난 29일 국내에서 개봉됐다. 원작의 작품성을 얼마나 잘 그려냈을까.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과 ‘데스노트: 더 뉴 월드’를 두 차례에 나눠 조명한다.

(편집자 주)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줄거리는 이렇다. 신체와 장기를 기계로 바꾸고 기억과 지식을 네트워크로 공유하게 된 가까운 미래.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이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특수요원이자 섹션9을 이끄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는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지닌 범죄 테러 조직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첨단 사이버 기술을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파괴하려는 정체불명의 범죄 테러 조직을 막기 위해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이 나서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건을 깊이 파고들수록 메이저는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데…. 뒤섞인 진실과 거짓에 혼란을 겪으며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한 싸움에 뛰어든다.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상관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쉽게 풀어내면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공각기동대’를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애니메이션 버전인 ‘공각기동대’로 재탄생시켰고, 이를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지난 29일 국내 개봉한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은 관객으로서는 ‘눈요깃거리’로 충분,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 매혹적인 시각 효과와 함께 화려한 액션신, 음향효과,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까지 관객들의 몰입도를 단숨에 높인다. 문제는 ‘비주얼’에 국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원작의 철학적 요소와 세계관 등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이러한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애니메이션 배경인 홍콩을 영상에서도 고스란히 옮겨내는가 하면 영화 인트로 부분에서도 엄청난 공을 들였다. 또 주인공인 메이저의 내적갈등은 주변인물의 심리묘사와 연기력으로 메웠다. 애니메이션 등장인물과 영화 배우들의 모습을 일치시킨 점에서도 샌더스 감독의 섬세함이 묻어나 있다.

하지만 원작의 심오함을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존재정의 등 관객들로 하여금 여운을 남기는 근본적인 물음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메이저가 목 뒤의 접속 단자를 이용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부분은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전뇌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의 뇌 안에 있는 정보를 컴퓨터로 백업할 수 있고, 컴퓨터 속 정보를 인간의 뇌에 입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깊게 다루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어루만지던 메이저가 인간을 찾아가 그녀의 입술을 만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부분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누가 선이고 악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원작의 미래 설정은 온데간데 없다. 시각적인 요소에 공을 들이다보니 정작 마니아층이 열광했던 중요한 요소들을 놓친 셈이다. 메이저의 출생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의 화려한 총격전과 액션신을 보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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