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부모 곁에는 길 잃은 아이도 -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길 잃은 부모 곁에는 길 잃은 아이도 -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 승인 2017.07.2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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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교육을 듣고 간 날은 마음이 더욱 무거워요.”

어느 초등학교 2학년 어머니의 이야기다. 학부모 강의를 마치고 함께 걸어가는데 슬쩍 나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딸과 친해지고 싶고 배운 대로 잘해 주고 싶은데 딸아이가 대답이 짧고 반응이 없으니 엄마 노릇이 힘들다 한다. 뭐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고 되물으니, 그런 것은 없는데 어느 날 문득 ‘왜 우리 딸은 엄마인 나에게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왜 이웃 아줌마들과 더 가까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길게 이야기 나눌 상황이 아니어서 그녀에게서 읽혀지는 단절의 막막함과 공허함에 공감을 해 주고는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보세요...여행도 좋고...특별한 데이트도 좋고...”하고는 헤어졌다. 여리여리한 외모와 말투에 딸로 인해 기운이 없어 보이는 이 젊은 어머니 고민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돌아오는 내내 생각해 보았다.

자녀와 잘 지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자식을 키우다 보면 맘대로 되질 않는다. 어리면 어린대로, 크면 큰대로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될 구석이 수두룩하다.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자의 경우 어쩌다 부모가 되었는데 남편은 그야말로 남의 편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 친정과의 관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학모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까지 생겨버린다. 또 어쩌다 엄마가 된 그녀가 직장에 다닌다면 직장맘으로서의 고충까지 감내하여야 한다. 그 속에서도 훌륭한 엄마 역할이란 상당한 내공과 지혜를 길러야 헤쳐갈 수 있다. 가끔 그 역할의 무게로 지쳐 소통되지 못하고 공감 받지 못해 길을 잃을 때가 많다. 그런데 길 잃은 부모 곁에는 길 잃은 아이도 함께 있게 마련이다.

그림책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구스노키 시게노리글 이시이 키요타카그림)의 주인공을 보자. ‘나는 만날 혼 나, 집에서도 혼 나고, 학교에서도 혼 나’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축 처진 어깨와 풀이 죽은 얼굴로 땅을 쳐다보며 걷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벌써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받은 상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 슬픈 건, ‘어제도 혼났고 오늘도 혼났고 내일도 혼날 것이다’는 주인공의 독백이다. 이쯤되면 주인공이 무엇 때문에 혼나는 지 궁금할 것이다.

이유는 ‘동생을 울려서, 친구를 놀라 게 해서, 길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친구를 한 대 때려서, 큰 소리로 노래 불러서, 친한 친구에게 급식을 너무 많이 주어서, 숙제를 늦게 해서’등이다. ‘아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되겠지만 실제로 지도 학생이 이런 행동으로 트러블메이커라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 주인공은 계속 어머니나 선생님이 이유를 물어봐 주고 이해해 주길 간절히 원하니, 아이와 어른 모두 힘든 상황이 대치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칠월칠석날이 되어 학교에서 소원을 적는 시간이 생긴다. ‘축구선수가 되게 해 주세요.’ ‘피아노를 잘 치게 해 주세요.’라는 친구들의 소원지와는 달리 주인공은 ‘혼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지를 적게 된다. 그 소원지를 본 선생님은 그제야 그동안 아이가 받았을 슬픔과 상처를 들여다보게 되고 엄마와 긴 통화를 한다. 선생님과 엄마의 태도가 확 달라지자 주인공은 소원지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기뻐 어쩔 줄 모른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배우고 자란다. 영유아시절부터 부모는 사회성을 잘 발달 시켜주어야 한다. 함께 나누고 협동하는 것, 질서와 배려, 감사하고 미안한 것, 소중한 것과 고마운 것 등 기본 인성이 사회성이다. 사회성은 스스로 자라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기 때부터 부모로부터 학습하여야 하는 것들이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식이라고 다 부모와 친한 것은 아니다. 일관된 사랑으로 관심과 믿음을 주어야 자녀들도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부모를 의지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 길을 잃을 때면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그럴 때마다 우리는 더욱 완성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식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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