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돈 나갈 생각하니 한숨만…”
“추석 연휴, 돈 나갈 생각하니 한숨만…”
  • 이혁
  • 승인 2017.09.26 21: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출 부담에 허리띠 조르는 서민
가족·친척들 선물 축소·생략
제수용품 구입비 줄여 구색만
중장년, 손주 용돈 위해 알바도
직장인 예상 지출비용 ‘58만원’
오는 30일부터 최장 10일의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가운데 제수 및 선물 비용, 용돈, 여행 경비 등 가계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추석 연휴 기간이 대폭 늘자 직장인과 주부들은 명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경북 경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손주완(40·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이번 추석에 한 달치 월급과 맞먹는 목돈을 쓰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손씨는 이번 연휴에 부모님, 아내, 아들·딸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항공편·렌트카 및 숙소 이용료 등에 약 250만 원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가족·친척과 거래처 직원들에게 줄 추석 선물세트 비용을 절반가량 줄였다. 또 명절마다 드리던 부모님 용돈을 줄일 수는 없어 친구들 선물을 생략하기로 했다.

손씨는 “4일이었던 지난 설 연휴 때보다 지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차라리 남들 놀 때 당직 근무를 서고 수당이라도 챙기는 게 더 나을 뻔 했다”며 “연휴가 끝나자마자 허리띠를 꽉 졸라매야 한다”고 토로했다.

명절 차례상 준비에다 열흘동안 가족 식사까지 책임져야 하는 주부들의 부담감도 가중되고 있다.

5년차 전업주부 박새봄(여·34·대구 달서구 진천동)씨는 이번 추석에 ‘초저예산’ 차례상을 차릴 계획이다. 추석 선물을 아예 안 할 수도 없어 하나 둘 사다보니 당초 예산을 훌쩍 초과해서다.

박씨는 제수용품 구입비를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차례로 돌며 발품을 팔고 있다. 집안 어른들께 눈총은 받겠지만 차례상은 간소하게 구색만 맞추려 한다.

연휴동안 어린이집이 7일가량 휴원하는 탓에 아이들 식사도 직접 준비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비용이 만만찮다. 또 친정 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을 모시고 외식을 한 번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 가족 여행은 비용이 부담돼 일찌감치 포기했다.

박씨는 “식비부터 조카들 용돈까지 돈 들어올 데는 없고 나갈 것 뿐이라 마트에서 상품을 진열하는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고민했다”며 “물가는 죄다 올랐는데 남편 상여금은 지난 설 때보다 줄어서 솔직히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손주에게 줄 용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연휴 기간 일을 택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경북 김천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진모(69)씨는 추석 당일(10월 4일)만 제외하고 연휴동안 정상 근무를 결심했다. 연휴 중 하루 정도는 아내와 단둘이 시내에서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도 하려 한다.

진씨는 “연휴가 길어 지난 명절보다 가족들이 더 많이 모일 것 같아 손주들 줄 용돈이 제일 걱정된다”며 “서울에서 내려오는 자식들 기름값도 좀 챙겨주고 명절 기분도 내려면 틈틈이 일당 벌이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직장인 8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에 지출할 예상 비용은 평균 58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추석 지출 비용인 52만6천 원보다 5만4천 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