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남기 사망 원인은 공권력 남용”
檢 “백남기 사망 원인은 공권력 남용”
  • 승인 2017.10.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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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살수차 집회현장 투입”
고발 2년만에 수사 결과 발표
경찰관 4명 ‘과실치사’ 기소
시위 진압 간부 첫 형사책임
2015년11월14일물대포맞는백남기
물대포 맞고 쓰러진 백남기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선 살수차 조작 경찰부터 지휘부까지 경찰 4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사진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는 모습. 연합뉴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선 살수차 조작 경찰부터 지휘부까지 경찰 4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백 농민을 쓰러뜨린 살수차는 수압 제어장치가 고장난 상태로 시위 진압에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검찰이 시위 진압 때 시민의 부상·사망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아닌 지휘선상에 있는 간부들에게까지 형사 책임을 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총경), 살수요원인 한모·최모 경장 등 전·현직 경찰관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백 농민 유족의 2015년 11월 고발 후 거의 2년 만에 나온 것이다.

이들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로 시위 참가자인 백 농민을 직사 살수,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이듬해 9월 25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은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경비 대책 문건에 집회 관리 최종 책임자가 구은수 전 서울청장으로 명시된 점, 무전 상황 등에 당시 서울청장의 지시 등이 드러난 점 등을 고려해 구 전 청장에게까지 사망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살수 요원이던 경장들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백 농민의 사망은 진료기록 감정 및 법의학 자문 결과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규정했다. 직사 살수로 백씨가 넘어지면서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이후 급성신부전, 심폐정지에 의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다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 지휘관, 살수요원 등을 지휘·감독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으므로 위법한 직사 살수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백 농민 사망사건을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의 살수 행위와 관련, 가슴 윗부분 직사를 금지한 운용지침을 위반하고 그에 대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해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공권력 남용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한·최 경장은 ‘직사 살수 때는 안전을 고려,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내용의 살수차 운용 지침과 달리 백씨의 머리에 분당회전수(rpm) 2천800 가량의 고압으로 13초 가량 직사 살수를 하고, 넘어진 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 살수를 한 것으로 조사했다.

또 CCTV 모니터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확대해 현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지면을 향해 살수를 시작해 서서히 상향하는 등으로 가슴 윗부위에 직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살수차 ‘충남9호’는 살수포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조이스틱과 수압을 3천rpm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제어하는 장치가 고장 나 있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당시 백씨에게 제한 대상인 3천rpm 이상의 강한 물줄기가 발사됐는지는 증거가 부족해 판단하지 못했다.

검찰은 한 경장에게 살수차 고장 사실을 숨기고 안전 검사 결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별도로 적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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