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깎이고 다듬어져야
태고의 비음을
동심원으로 품겠는가
각이 선 젊은 날
아집으로 깨어지던
아픈 봄날들
등 떠밀려 떠나와
깊은 바다에 귀 묻고
나직한 푸른 고백 듣고 있다
모서리 닳은
네 어깨에 기대어
첫마디에 눈감아 주며
네 안에 지은 돌집이
이제 편해진 걸 보니
몽돌의 여자 다 되었구나
◇이선영=<동서문학> 등단
25회 영남아동문학상 수상
대구여성문인협회장 역임
동시집 <꽃잎 속에 잠든 봄볕>
<맞구나 맞다>외 다수
<감상> 몽돌은 ‘모오리돌’과 같은 말이다. 모가 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돌을 몽돌이라고 하는데, 경남 거제 몽돌해수욕장을 비롯해서 여러 군데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흔히’라는 표현은 잘못이다. 귀하다. 그곳에 가야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을 쓴 시인은 경북 안동이라는 내륙지방에서 나서 아마도 해안 지방 어딘가로 출가를 하였으리라 짐작해보는 대목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젊은 날의 모난 돌들이 오랜 세월 지나며 마모되어 동심원으로 살아가는 그곳에서 몽돌 한 알에 시인의 마음이 불쑥 들어선다. ‘내’ 목소리가 바다의 소리에 묻힌 것조차 분노하던 모난 돌이 이젠 깊은 바다의 푸른 고백들에 귀를 기울이는 몽돌이 되었다. 이젠 됐다. ‘너’가 만든 배경, 즉 돌집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몽돌의 여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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