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서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붉은 단풍들,
일월산 굽이굽이 물들이고 있네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 요동치는 저 산맥을
◇신구자=<대구문학><불교문예>등단
‘솔뫼’동인. 반짇고리문학회 회장 역임
시집<낫골 가는 길><지금도 능소화는 피고 있을까>
<감상> 일월산은 경북 영양에 소재하고 있다. 해와 달이 뜨는 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하여 일월산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태백산의 사타구니 쪽에 위치해 음기가 강한 산으로 알려져, 그믐날이 되면 전국에서 모여드는 무속인들의 성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시인은 그곳에서 한 그루의 나무에 마음을 담았다. 가을이 되면 빨갛게 혹은 노랗게 물드는 단풍들을 바라보며 절경에 감탄을 토하는 범인(凡人)들에게 기쁨이라면, 시인에게는 울컥울컥 뭔가를 토해내야 하는 슬픔에 찬 뭔가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 시인의 시선을 슬프게 물들이고 있는가. 산맥이다. 정체된 무엇이 아니라, 요동치는 격동의 모습으로 가을을 토해내는 저 굽이치는 산맥들이 시인을 슬프게 한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토해내야만 하는 울분들이 그리움일 수도 있고, 산맥을 이루는 데 소용되는 한(恨)일 수도 있다.
씨앗으로부터 나무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대물림이 장엄한 산맥을 이루고 있는 환희가 절정을 이루는 장면에서 시인은 토악질을 한다.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마지막 행을 몇 번이고 되읽게 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김사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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