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해머 국회’ 1주년 기념행사
<대구논단>`해머 국회’ 1주년 기념행사
  • 승인 2009.12.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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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작년 12월 18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문제로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에서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 등을 동원한 난투극을 벌인지 꼭 1년이 되는 날에 그 날을 기념하듯 부끄러운 행사가 국회 안에서 거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작년처럼 흉기를 지참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의 광경을 연상케 했다.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시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의원 40여명이 벌인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우울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가관인 것은 위원장도 아닌 사람이 개선장군처럼 위원장 자리를 뺏어 버젓이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을 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역겹고 역겹다.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주의 나라인가. 국회가 왜 이런 꼴이 되었는가. 민주화도 좋고 소수의 권리 주장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원칙의 기초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내가 싫다고 깽판 놓는 것은 시장 잡배나 깡패 집단들이 하는 짓거리다.

다수결의 원칙이 무시되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니 소수의 야당으로서는 어쩔 수없이 회의 자체를 방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이치에 안 맞는다.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의 마음에 드는 정치를 해서 정권을 되찾겠다는 야무진 생각은 없고 같은 패거리와 무리를 만들어 반대만 일삼는 이들을 누가 국민의 대표로 보겠는가.

299명의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당 또는 내 이익만 챙기려드는 국회의원은 정치인이 아닌 정상배에 가깝다. 국회의원들은 입만 벌리면 국민을 위한다는 타령을 하지만 대부분 거짓인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를 들겠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은 정당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생각이지만 이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마이동풍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직의 공천권을 움켜쥐고 있는 이유를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다시 예산문제로 돌아가자. 정부는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그 것을 심의한다. 심의과정에서 정부의 예산안을 손질할 수도 있지만 법 절차에 따라 행해야 한다. 야당은 4대강 예산을 깎겠다고 하고 여당은 정부의 입장을 고수하려 한다.

의견이 분분하면 대화와 설득 양보가 필요하고 그것이 불가하면 최종 투표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요체다. 야당의 주장이 안 먹힌다고 해서 물리력으로 충돌하는 것은 민주주의 태도가 아니다. 야당의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야지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지지층에게 보답의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정치생명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국민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음도 알아야 한다.

한명숙 전총리가 인사 청탁 조로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검찰이 3번이나 불렀지만 출석거부하다 종내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야당의 기질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야당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부터 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나 한 전 총리의 공권력에 대한 저항은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올해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은 넘기고 말았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 291조8000억 원이 민주당의 4대강 살리기 예산 삭감 때문에 묶여있다 대통령· 여야대표 3자가 회동하여 정국의 문제들을 논의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벌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으로 봐서 성사가 불투명하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3자 회동 때 까지는 예산 심의를 미루자고 한다. 여야중진의원 12명은 “4대강 사업 중 물길 살리기 사업은 계속 유지하되 대운하로 간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합리적으로 조정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이 내용을 여야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대표가 농성중인 의원들을 격려차 방문하고 있는 예결위 현장에 내건 플래카드의 `4대강 예산 삭감, 복지·교육예산 확충’이란 글귀에 눈이 간다.

국민들에게 복지·교육을 어필시키면서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명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어떠한 명분으로든 국회 안에서 몸싸움 하는 추태를 안 보여줬으면 한다. 언어폭력· 물리적 국회 1주년 기념, 이번으로 끝맺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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