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시집살이 겪은 며느리들 ‘한풀이 메시지’
시어머니 시집살이 겪은 며느리들 ‘한풀이 메시지’
  • 채광순
  • 승인 2017.11.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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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3> 꽃며느리밥풀·며느리밑씻개·며느리배꼽
꽃며느리밥풀
입술처럼 붉은 꽃에 흰 밥풀 2개
꽃말도 ‘질투’…청혈해독약 이용
며느리밑씻개
잡초 구덩이 속에 피는 ‘붉은 보석’
냉대하증·어혈·치질 치료 등 효험
며느리배꼽
잎자루가 잎 뒷면 배꼽 부분에
어린잎은 나물·국거리로 이용
꽃며느리밥풀6
꽃며느리밥풀
며느리밑씻개5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밑씻개(흰색)6
며느리밑씻개(흰색)
고마리2
고마리
며느리배꼽
며느리배꼽
꽃2
꽃며느리밥풀(흰색)
꽃5
풀꽃들 중에 ‘며느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제법 있는데 대부분 며느리들의 한이나 설움을 담은 전설이 전해진다.


#‘며느리’란 수식어가 붙는 풀꽃

우리 풀꽃들 중에 ‘며느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제법 있다. 우리나라의 고부관계와 며느리의 수난을 엿볼 수 있는 것들로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꽃며느리밥풀, 며느리주머니(금낭화), 며느리감나물(차풀) 등이 그것이다.

이들 꽃에는 한국 전통사회에서 나타나는 고부 간의 갈등, 며느리의 시집살이, 며느리의 한 맺힌 사연을 담고 있다.

이름도 요상한 며느리밑씻개의 명칭에 대해서는 개불알풀(봄까치꽃)이나 소경불알(만삼아재비) 등의 풀꽃과 함께 듣기도 부르기도 민망한 이름이라 하여 일부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개명한 이름 혹은 이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며느리’란 명찰을 단 풀꽃들은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이라는 가부장적 제도 하에서 살았던 우리 며느리들의 수난사를 대변해주는 것들이다.

어쩌면 한 많은 며느리들의 설움을 꽃으로 환생시켜 우리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그녀들의 억울함을 한풀이 해달라는 항의의 메시지를 담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 꽃들에 얽힌 사연 또한 애잔하기 그지없다.


#꽃며느리밥풀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낮은 산지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보라색의 꽃이다. 7~9월에 개화하는데 그 모습이 어여쁜 여인이 밥알 두 알을 혓바닥에 얹고 혀를 내밀고 있는 듯하다. 하여 며느리밥풀 하면 왠지 쉽게 수긍이 가는 이름이다. 꽃은 긴 통 모양을 하고 끝은 입술 모양으로 홍자색의 꽃이 핀다. 아랫입술의 가운데 조각에 밥알 모양의 흰색 무늬가 2개 있다. 대개는 붉은 색 계열의 꽃을 피우지만 흰색 꽃도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쌍떡잎식물 현삼과의 식물로 학명은 Melampyrum roseum var. japonicum, 서식지로는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서 주로 자라며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다. 영명은 Rose Cowwheet, 일본에서는 마마코나(ママコナ=飯子菜), 중국에서는 삼라화(山蘿花)라고 한다. 며느리밥풀속(屬)에 들어가는 것으로는 그 모양에 따라 알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등 1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산지의 가장자리의 반그늘에서 반기생 한해살이풀로 자라며 키는 30~70cm 정도이다. 옛날에 아주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하던 며느리의 슬픈 전설이 전한다.

어느 가난한 집에서 몰락한 양반집으로 시집온 새댁이 모진 홀어머니 밑에서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밥을 짓다가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느라 밥알 2개를 입에 물었는데 하필 그때 그 못된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오다가 그만 이 모습을 보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어른들께 먼저 드릴 생각은 않고 저만 혼자 훔쳐 먹는다고 화를 내며 모질게 매를 때렸다. 며느리는 매를 맞으면서 “밥을 먹은 게 아니라 익었는지 보느라 요거 2개를 입에 넣은 거예요”하며 내밀어 보이고는 끝내 죽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이 불쌍해서 양지바른 산속에 그녀를 정성껏 묻어주었다. 그 며느리가 죽어 묻힌 무덤가에는 이듬해부터 이름 모를 풀이 자라났다. 며느리 입술처럼 붉은 꽃에 흰 밥풀 2개 붙은 듯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 했다. 착한 며느리는 죽어 꽃으로 다시 환생했고, 그의 억울함을 혀를 내밀어 호소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꽃의 전설은 며느리의 한에 대한 것이다. 꽃말은 ‘질투’, ‘시샘’인데 아마도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질투를 나타내는 것 같다. 한방에서는 며느리밥풀의 전초를 청혈해독약으로 옹종창독에 이용한다고 한다.



#며느리밑씻개(사광이아재비)

여름으로 들 무렵 개울가나 습한 곳, 도랑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구덩이에서 연한 붉은 색의 보석 같은 꽃을 발견하곤 한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면서 잎줄기가 1~2m로 뻗어가고 붉은 빛이 돌며 네모진 줄기와 더불어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붙어 물체를 타고 오르는 데 유리하다. 잎은 어긋나고 삼각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 같은 떡잎이 있다. 며느리밑씻개의 꽃은 양성(兩性)이고 7~9월에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꽃잎은 없으나 꽃받침은 깊게 5개로 갈라지며 연한 홍색이지만 끝부분은 적색이다.

며느리밑씻개는 쌍떡잎식물 마디풀과 여뀌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Persicaria senticosa (Meisn.) H.Gross ex Nakai, 한국,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에 걸쳐 서식한다. 잎의 외형은 삼각형으로 며느리배꼽과 비슷하나 잎에 잔털이 있고 길쭉한 삼각형을 하고 있다. 흔히 길가나 빈터, 물가 등에서 볼 수 있는데 거의 같은 형태의 꽃으로 고마리와 흡사하지만 줄기와 꽃대에 갈고리 같은 가시가 돋아난 녀석을 며느리밑씻개로 보면 구별이 쉬워진다. 북한에서는 삵쾡이를 의미하는 사광이아재비라 한다. 왜 하필 가장 민망한 이름이 붙은 걸까? 꽃의 이름처럼 이 며느리밑씻개에도 몇 가지 유래가 전한다.

어느 마을에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 홀어머니가 있었다. 조그만 초가집에서 이 과부는 아들 하나만 보며 살았다. 이제 아들도 성장해 어엿한 성인이 돼 며느리를 보게 됐다. 지금까지 매일처럼 신랑 대신 보듬어 안고 잠이 들 수 있었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아들을 여우같은 며느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데리고 자던 아들을 빼앗아간 며느리가 무척이나 미웠던 모양이다. 어느 날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밭을 매다 나란히 볼일을 볼 일이 생겼다. 시어머니가 먼저 뒤를 닦고 일어나자 어떤 풀로 뒤를 닦아야 하는지 모르는 며느리가 다급하게 시어머니에게 풀을 뜯어 달라고 부탁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던 시어머니는 줄기에 잔가시가 있는 덩굴 풀을 한 움큼 뜯어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뒤를 닦은 며느리는 그곳이 얼마나 쓰라리고 따가웠을까? 시어머니가 뜯어준 풀이 바로 ‘며느리밑씻개’였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며느리밑씻개는 냉대하증과 자궁탈수, 음부가려움증, 옴, 버짐, 악창, 태독, 습진에 약효가 있으며, 타박상에 어혈을 풀어주고 치질치료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민간요법으로 며느리밑씻개 잎을 끓인 물로 뒷물을 하여 병을 치료했으며 또한 요즘의 질세정제 역할도 했다고 한다. 하여 당시 변변한 약이 없던 시절 여인들이 걸리기 쉬운 부인병과 항문병 등에 효능이 있는 이 풀을 ‘며느리밑씻개’라고 이름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어명은 Prickled-vine smartweed, 일본에서는 의붓자식밑씻개, 중국에서는 ‘찌르는 여뀌’라는 의미인 자료(刺蓼)라고 한다. 이 이름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걸 감안한다면 재혼한 부인이 데리고 온 의붓자식의 밑씻개로 주었다는 것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며느리밑씻개’라 바뀐 게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는 며느리밥풀꽃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꽃은 고마리꽃처럼 예쁘지만 이 넝쿨에는 보송보송 작은 가시가 많아 피부에 닿으면 피가 날 만큼 따갑다. 아들을 빼앗긴 시어머니의 질투를 말해주는 꽃이다. 그래서 며느리밑씻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꽃의 꽃말도 ‘시샘’, ‘질투’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배꼽은 잎자루가 잎 뒷면 배꼽 부분에 붙어 있다. 볼썽사납게 올라붙은 모습이 왜 하필 며느리 같았을까?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둘 다 비슷한데, 잎이 며느리밑씻개는 각진 삼각형이고 며느리배꼽은 둥근 삼각형이다. 며느리밑씻개와 같은 마디풀과 여뀌속의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길이는 2m 정도 덩굴처럼 자라는데 서식지로는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 러시아 극동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각지의 빈 공터나 길가에서 흔하게 자란다. 7~8월경에 동글동글한 수과가 익으면 녹색에서 흑자색으로 바뀌는데 잎 색깔과 같은 녹색 모습이 꽃이고 흑색으로 바뀌었을 때가 열매라고 한다.

학명은 Persicaria perfoliata (L.) H.Gross, 영어명은 Asian tearthumb, 일본명은 이시미카와(イシミカワ=石見川), 한방명 및 중국어로는 강판귀라고 한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하며 신맛이 난다. 퇴비로도 이용한다. 봄여름에 어린잎은 나물이나 국거리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칭으로 ‘사광이풀’이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참가시덩굴여뀌’라고 한다. 전초와 뿌리는 강판귀라 하여 약용으로 쓴다. 식용, 녹비식물, 약용 등으로 활용된다. 한방에서의 효능은 간염, 급성간염, 백일해, 수종, 습진, 옴, 이수소종, 종독, 청열활혈, 편도선염, 피부병, 해독, 해열, 황달 등에 좋다고 한다.

야생화칼럼니스트(농업경제학박사)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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